5공 시절 이니까 얼추 30년 전쯤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TV 드라마 중 “거부실록 - 공주 갑부 김갑순”편에서 주인공인 김갑순이 극중에서 한 유명한 대사가 바로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민나 도로보데쓰”이다.
김갑순은 일본 정부에 비행기를 헌납할 정도로 돈을 벌은 부자였지만 사실 그가 부자로 성공하게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친일 행각이었다. 즉 반민족행위를 한 댓가로 부자가 되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어처구니 없게도 “민나 도로보데쓰”였다. 친일행각을 통해 부자가 된 그 자신을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한탄의 뜻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정말 “민나 도로보데쓰”라는 말이 딱 어울릴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첫번째는 바로 방산비리이다.
군 내부에서의 각종 비리는 원래 무척 뿌리가 깊고 그 연원도 오래된 것이라 하지만 그것은 과거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 일줄 알았는데, 최근 감사원의 감사와 이어진 검찰 수사 발표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관급 현역장교는 물론 심지어는 4성 장군 참모총장까지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실정이며, 고급 장교로 퇴역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무기중개업체에 취직하여 과거 근무인연을 통해 엉터리 무기를 납품하는 행위가 자행되었다고 하니, 이건 복마전의 수준을 넘어서 국가 반역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가수 양희은씨가 불러 히트한(한 동안 금지곡이었지만) '늙은 군인의 노래' 중에는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는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라는 가사가 있듯이, 군인이 입는 푸른 제복은 글자 그대로 명예를 상징하는 것인데, 사관학교 출신의 고급 장교들이 명예를 팔아 사익을 취한다면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고 밤잠을 이룰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방산비리의 내용을 보면 소총에서부터 전투함, 탱크 등등 모든 군수물자와 전투용 장비가 모두 뇌물수수를 통한 엉터리 장비라 하니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은 단순한 처벌보다 반역죄를 적용하여 사형을 처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그런데 이보다 더 웃기는 것은, 겉으로는 아닌 척 깨끗한 척 하면서 뒤로는 구린 짓을 하는 자들이다.
일례로 과거 김대중 • 노무현 정부 시절 구성된 소위 '과거사 진상 조사 위원회' 소속 조사위원으로 있었던 김모 변호사가 자신의 직위와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변호사 수임을 함으로써 몇십억원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 김모 변호사는 한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새정련 대표등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즉 민변활동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진상조사 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었고, 그 직위와 수집된 정보를 이용하여 변호사 수임을 하였다고 하니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 신념이란 결국 뒷돈 챙기기를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소위 시민단체입네 뭐네 하면서 이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는데 앞장을 선 듯한 사람이 뒤로는 뇌물을 받아먹는 아니 거꾸로 뇌물을 요구하여 챙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투기자본 감시센터⌟라는 시민단체의 대표인 장모씨의 경우 자기가 감시하였던 외국계 회사로부터 억대 금품을 먼저 요구하여 챙겼다가 들통이 났다.
작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두중 하나가 바로 별별 갑들에 의한 갑질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별별 갑들도 모자라 이제는 스스로 완장을 만들어 찬 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완장질까지 벌어지고 있다.
을을 위한다는 사람이나 단체 대표가 뒤로는 슈퍼 갑질에다가 완장질까지 자행하고 있으니 도저히 갑에 낄래야 낄 수 조차 없고 완장은커녕 리본이나 찰 수 있는 우리네는 그저 한숨뿐이다.
이러니 “민나 도로보데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