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크라테스의 후예인가 소피스트의 후예인가?

2015.07.10 23:21:34

서구문명의 발상지는 그리이스이다.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그리이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약 300여개의 도시국가(Polis)가 형성되었고, 2600년 전인 B.C 6c경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근본적인 것(Arche)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가 최초로 거론되었는데, 이에 탈레스(Thales)는 “물”이라 하였고, 뒤 이어 많은 철학자들이 공기, 바람, 불 등등의 자연세계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거론하면서 소위 자연주의 철학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인 B.C 5c경 철학의 관심을 자연이 아닌 인간에게로 돌린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소피스트(Sophist)라고 한다. 소피스트란 말의 기원을 보면, 우선 철학이라는 영어단어가 Philosophy이고, 이 말은 Philos(사랑하다)라는 말과 Sophia(지혜)라는 말의 합성어이니 결국 소피스트라는 말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소피스트들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궤변론자라 칭한다. 그 이유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대결에서부터 시작된다.

소피스트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尺度)”라고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갖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의 상대성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논리를 통해 소위 “다수결의 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민주주의 제도의 근본 원리를 탄생하게 하였다. 민주주의 발상지가 그리이스인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소피스트들이 신봉하는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계 4대 성인의 하나로 존경받는 소크라테스(Socrates)이다. 소크라테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데아(Idea)라고 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근거로 “너 자신을 알라!”라고 소피스트들을 공격하였는데, 그 뜻은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니,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에 당황한 소피스트들은 결국 소크라테스를 재판에 회부하였고,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 재판의 결과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절대적으로 죄가 증명된 것이 아니라, 다수결의 원리라는 황당한 제도에 따른 재판의 결과를 두고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탈옥을 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면서 독배를 마시고 죽게 된다.

이로 인해 후세 사람들은 진실과 원칙보다 다수의 힘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억압하였던 소피스트들을 궤변론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인식론적 대결은 현대에 와서 합리론과 경험론이라는 서양 철학의 양대 조류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문명이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서구 문명의 발상지이자 올림픽의 시초를 이룬 그리이스가 국가부도 상태에 처해 있다. 그리이스가 국가 부도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은 수없이 많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리이스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만연한 부정부패와 세금 탈루, 해외재산 도피 등이다. 영화 “300”의 내용처럼, 2400년 전 페르시아가 그리이스를 침공하였을 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그리이스는 전쟁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을 중심으로 300명의 결사대를 조직하여 싸워 모두가 전사하였지만, 그 덕분에 그리이스 연합군이 결성되어 페르시아의 침공을 물리쳤던 선조들의 애국심과 국가관은 이제 어디로 사라졌나 싶다.

우리 옛말에 “뱁새가 황새 쫒아 가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이스가 EU(유럽 연합)에 가입하게 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었을 때, 그 돈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보다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에만 눈을 돌렸으니, 소위 빚내어 흥청망청 잔치만 한 결과이다. 그러면서 그리이스는 유럽 채권단에서 권고한 긴축재정 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그리이스 정치인들은 국가를 운영하면서 원칙도 국가관도 없이 오로지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다는 식이니 이런 나라가 온당할리 없다. 2,500년 전 그들의 선조인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무시하고 오로지 소피스트들만이 남은 결과이다. 그들 스스로가 궤변론자의 후예들이라는 오명을 어찌 피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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