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민수 기자] "말 그대로 숨을 데가 없는 역할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도망가면 저를 시험해볼 기회가 올 때마다 계속 도망 다니겠다는 생각에 도전했습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살인범과 단독 인터뷰하는 기자를 연기한 배우 조여정은 시나리오를 받고 느꼈던 부담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살인범과 단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연기 시험대에 오르는 듯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여정은 "사실 표현을 안 하지만 배우들은 늘 바닥이 드러날까 봐 무서운 마음을 안고 있다"며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이고, 저도 그렇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하지만 과대평가 되는 것보다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실력 그대로 결과를 맞아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돌아봤다.
'살인자 리포트'는 사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사회부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살인범 영훈(정성일)이 단독 인터뷰를 제안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서로의 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살인범과 기자의 심리전이 긴장도 높게 이어지고, 그런 만큼 대사량도 많다.
조여정은 "스스로 집중력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살인자 리포트'는 집중력과 체력이 같이 필요한 작품이었다"며 "후반부에 가서는 어떤 정신으로 촬영을 했는지 모를 만큼 그저 푹 잠겨서 연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중얼거리면서 대사를 외웠다. 매니저와 이동하다가도 갑자기 맥락 없이 영화 속 대사를 뱉곤 했다"며 "그래도 정성일보다는 대사가 적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웃음 지었다.
정성일과는 드라마 '99억의 여자'(2019) 이후 6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조여정은 "이렇게 둘이서만 이끌어가는 작업에서 정성일처럼 차분한 사람이 앞에 있어 준다는 게 심적으로 큰 안정감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조여정은 현재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등과 함께 이창동 감독의 차기작 '가능한 사랑'을 촬영하고 있다.
그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다"며 "(이창동 감독이) 저를 찾으실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꿈같고 고대하던 작업"이라고 했다.
조정석과 함께 출연한 '좀비딸'의 흥행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좋은 휴먼 코미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에 '좀비딸'이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이렇게 사랑받으니 그냥 좋고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정석, 이정은, 정경호 등 '좀비딸' 출연 배우들과도 "서로 영화를 잘 봤다는 주변 반응을 공유하면서 '너무 좋다, 감사하다'는 말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조여정은 "(두 작품 연속 흥행은)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살인자 리포트'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있다"며 "본 적 없는 형식으로, 여러 생각이 드는 영화를 해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영화가 가진 매력만큼 많이 봐주시고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