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최전선인 기초의원 선거가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식' 공천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하는 2인 선거구에서 여야가 각각 1명씩만 후보를 내는 경우,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가보지도 못한 채 우리 동네 심부름꾼을 '결정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른바 ‘무투표 당선’이다.
무투표 당선의 가장 큰 폐해는 유권자의 선택권 박탈이다. 선거는 후보자의 도덕성,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후보자 수와 의원 정수가 같아지는 순간, 선거 운동은 중단되고 공보물조차 발송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자신이 뽑는 의원이 강력범죄 전과자 인지, 또는 의원으로서 기본적인 능력이나 자질이 있는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알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는 기초의원의 중앙정부 및 중앙당 예속화를 심화시킨다. 후보자들이 주민의 눈치를 보는 대신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또는 당협위원장의 입맛에 맞추는 데 혈안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주민의 대표’가 아닌 ‘정당의 대리인’이 투표 없이 안방에 입성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2인 선거구 위주의 선거구 획정과 거대 양당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 안전하게 한 석씩 나눠 갖기로 합의하는 순간, 정치적 다양성은 고사한다. 제3지대 정당이나 신인 정치인들이 진입할 틈은 원천 봉쇄되며, 이는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무너진 지방자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중대선거구제의 실질적 확대가 필요하다. 2인 선거구는 사실상 양당 독점을 고착화하므로, 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는 3~4인 선거구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치 세력의 진입을 돕고 후보 간 실질적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무투표 당선 시 최소한의 찬반 투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단독 출마나 정수 내 출마 시에도 유권자의 일정 비율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당선이 확정되도록 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감시하는 파수꾼이다. 투표지 없는 당선은 파수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유권자의 선택권이 사라진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이제는 거대 양당의 결단과 국회의 입법적 응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