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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李대통령 '반도체 날개' 달고 대전환 가속…정치공방 넘을까

  • 등록 2026.06.30 06:25:09

 

[TV서울=나재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구상하는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이 될 '3대 메가프로젝트'가 29일 베일을 벗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국민보고회에서 ▲ 반도체 팹(공장)의 전국적 확충 ▲ 피지컬AI의 국가전략산업 육성 ▲ 대규모 AI데이터센터(AIDC) 전국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프로젝트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과 SK가 서남권에 800조원을 투자해 4기의 팹을 건설하고 충청권엔 81조원을 들여 대규모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팹을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SK·GS·네이버 등과의 민관 협력을 통해 약 550조원을 투자, 울산·동해·세종 등에 2029년까지 총 8.4GW(기가와트) 규모의 AIDC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광주를 (반도체 팹)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HBM 팹은 천안·온양 등 충청권, 로봇은 경북 구미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나아가 10GW의 AIDC 추가 확충 계획 등을 언급하며 "AIDC 프로젝트에 약 1천조,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약 1천100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며 "오늘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과 최 회장을 향해 "두 분에게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고 불러드리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 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할하는 담당관을 두고 직접 챙기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이날 발표를 중요한 성과로 부각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성장 전략의 상당 부분과 긴밀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3대 메가프로젝트 자체가 'AI 대전환' 전략의 최신판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한국 산업 경쟁력의 위상을 공고히 하면서 반도체와 AIDC의 시너지를, 국내 제조업의 강점에 기반을 둔 로봇 학습과 AIDC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올해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일회성 호황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미래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삼각 축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대한민국은 AI 혁명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은 '에너지 대전환' 전략으로 연결된다.

이날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으로 발전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태양광·풍력·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신기술의 조기 확보 등을 향후 계획으로 언급했다.

탄소중립 대응,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 대응 등의 과정에서 강조해 온 에너지 소비 구조의 대전환을 이번 기회에 가속화하겠다는 구상도 이번 발표에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라는 국가균형발전 혹은 국토 대전환 전략으로도 이어진다.

수도권 중심의 거점만으로는 세계적인 AI 전략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전국을 생산과 혁신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핵심 중 하나다.

이날 발표된 서남권 반도체 거점을 비롯해 충청, 영남, 강원 등에 대한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지역 산업의 발전과 수도권 집중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국토 대전환의 방법론으로 제시해 온 '5극 3특'과도 상통한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AI 대전환·에너지 대전환·국토 대전환이라는 주요 국정 과제를 '삼위일체'로 추진하게 될 승부수인 셈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우리 정부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사업이자 역사적인 과업"이라며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정치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둔 공방이 점화했다는 점은 향후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를 통해 충청·영남권 등의 투자 계획도 공개되긴 했지만, 야권에서는 호남에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것을 두고 '특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를 정부가 사실상 압박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향후 각종 인프라 마련과 정주 여건 조성 등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중앙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치 공방이 거세지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호남 지역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며 풍부한 용수와 신재생에너지, 값싼 용지 등 기회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3대 메가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지역을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강조하면서 국가적 필요를 관철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전망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통합에 따른 지원금 5조원 이상을 투자할 의향을 보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인센티브가 결합한 결과라고 강조하며 야권의 '관치 투자' 공세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이 '행정 지도·조성 행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도 상통한다.

강 비서실장이 "오는 30일부터 호남·충청·영남권에서 릴레이 국민보고회가 예정돼 있고, 지역별로 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를 통해 호남 외 지역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 밖에도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팹이나 전력 시설 건설을 공언한 대로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을지, 투자에 대응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의 확보 및 지역 정주여건 개선 작업이 순조로울지 등도 향후 지켜봐야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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