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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은, "외환보유액 순위 비공개... 필요한 국민은 IMF서 조회"

  • 등록 2026.09.03 09:44:02

[TV서울=변윤수 기자] 한국은행이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 공개를 돌연 중단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국제 비교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2001년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 관련 항목을 사실상 비공개로 돌린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한은에 따르면, 국제국은 이날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임의로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우리나라 세계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1년 당시 한은은 외환보유액 세계 1∼10위 국가명과 규모를 처음 수록했으며, 이후 지난달까지 배포 자료 말미에 전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규모와 함께 우리나라 순위를 공개해왔다.

 

한은은 이번에 이 항목을 전격적으로 제외하면서 자료 본문이나 별도의 설명자료, 브리핑 등을 통해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알리지도 않았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인식돼왔고, 한은은 오랜 기간 주요국과의 비교 자료를 정례적으로 제공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왔다.

 

앞으로는 외환보유액 순위를 파악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한은은 이날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는 이미 공개된 자료로 통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조회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요국 중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IMF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독일 등 일부 국가 수치는 시차를 두고 늦게 통계에 반영되는 등 일반 국민이 한눈에 순위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강조해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액 순위 변동 폭이 확대되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순위는 작년 말까지 세계 9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1월 10위, 2월 12위로 하락했다.

지난 5월 말에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세 계단 뛰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헐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일시적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대외 건전성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환율 변동이나 금 시세 등에 따라 순위가 크게 오르내리면서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게 한은 판단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건전성과 무관한 외환보유액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자료 형식을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 포지션의 이질성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목적으로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슬쩍 자료 형식을 바꾼 것은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시점과 맞물린다.

 

국제 순위가 하락하는 국면에 관련 자료를 비공개로 하면 논란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대로 나중에 순위가 급락할 경우 일반 국민이 그 사실을 곧바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422억8천만달러로, 7월 말(4천279억5천만달러)보다 143억3천만달러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종전 최대는 2009년 5월의 142억9천만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했다. 다만, 역대 최대였던 2021년 10월(4천692억1천만달러)보다는 아직 400억달러 남짓 작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운용수익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증가 등이 더해지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한은이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서 은행들이 남는 외화 자금을 대규모로 한은에 예치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자산별로 유가증권(3천870억7천만달러)이 70억7천만달러, 예치금(303억달러)이 71억7천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또 특별인출금(SDR·157억7천만달러)이 6천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이 3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47억9천만달러를 유지했다.

 

한은은 최근 국내 생산업체의 수출용 실물 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금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8월 중 추가 금 매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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