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해남 서울2본부장] LG CNS 이정화 디렉터가 9월 30일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6 무대에 올라 '디지털 금융의 미래: 프로그래머블 경제 가이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디렉터는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을 비롯해 중앙은행·시중은행·증권사와 함께 수행해 온 실증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화폐와 토큰화 자산이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폐의 단일성, 상호운용성, 자동화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는 먼저 토큰화된 화폐와 자산을 "기술 트렌드가 아닌 금융 인프라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예금토큰이라는 새로운 경제수단이 등장하고 거래가 프로그램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는 데 더해, 개인과 기업 옆에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경제 주체가 들어서는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환이 성립하기 위한 첫 조건으로 이 디렉터는 법정화폐 기반 토큰의 경우 어느 은행이 발행한 예금토큰이든 같은 가치로 통용돼야 한다는 통화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을 꼽으면서, 프로젝트 한강이 은행 간 예금토큰 이전 시 소각과 CBDC 전송, 발행을 하나의 거래로 처리하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를 통해 이를 구현한 사례를 소개했다.
발표에서 가장 비중을 둔 대목은 두 번째 조건인 상호운용성이었다. 화폐(Money)와 자산(Asset)이 서로 다른 분산원장 위에 놓여 있어도 결제가 끊기지 않아야 시장이 규모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 팀장의 진단이다. LG CNS는 이를 한국은행 CBDC 네트워크에서 직접 검증했다. 기관용 CBDC를 100% 담보로 발행한 디지털 통화를 안전자산이전프로토콜(SATP)로 외부 분산원장에 옮기고, 그 원장 위의 토큰증권 대금을 동시결제(DvP)하는 구조를 은행 9개사와 증권사 8개사가 참여한 모의시장에서 운영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해시타임락(HTLC) 기반의 채권 원자적 교환과 머클섬트리를 이용한 총량 검증·이상 감지 등을 들었으며, 그 결과 원장시스템과 분산원장, 거래시스템에 걸친 트랜잭션 정합성을 실시간 총액결제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중앙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장인프라(FMI) 참여자들과 함께 구현한 상호운용성 사례다.
세 번째 조건은 자동화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24시간 결제하는 환경이 오면 조건이 충족될 때만 돈이 움직이도록 통제하는 장치가 먼저 갖춰져야 하며, 그 답이 목적 기반 화폐(PBM, Purpose Bound Money)라는 것이다. LG CNS는 프로젝트 한강의 국고보조금 집행에 이 PBM 모델을 적용하는 한편, 검증된 업무 템플릿을 조합해 새로운 PBM 토큰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PBM 프로덕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함께 진행한 에이전틱 AI 결제 실증 역시 올해에는 예금토큰을 넘어 스테이블코인과 신용카드까지 결제 수단의 종류와 무관하게 동일한 흐름으로 처리하는 레일 애그노스틱(Rail-Agnostic) 결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 세 조건을 충족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디렉터는 스테이블코인·CBDC·토큰증권·RWA 등 자산별로 지갑과 거래, 데이터를 따로 구축하는 대신 공통 운영 기반 위에 업무만 최적화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이 같은 방향은 실거래에서 검증된 경험에서 나왔다. 2025년 상반기 진행된 프로젝트 한강 1단계 실거래 파일럿에서 8만 1천 개의 전자지갑이 개설되는 동안 LG CNS는 지갑 개설과 키 관리, 예금·예금토큰 전환, 은행 계정계 연계 등 운영 업무를 맡았고, 디지털 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보안 요건에 중앙은행·시중은행 및 금융·규제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대응해 온 경험 역시 플랫폼 솔루션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이 디렉터는 설명했다.
이러한 준비는 LG CNS가 2015년부터 10여년간 국내 블록체인 금융 사업을 이끌어 온 이력과,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금융권 핵심 시스템을 30년 넘게 구축해 온 역량 위에 서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차세대 시스템과 인터넷전문은행 IT시스템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온 회사로,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유통에 그치지 않고 은행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결돼야 실제 금융 서비스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금융 시스템 구축 경험과 블록체인 기술을 함께 갖춘 사업자라는 것이 LG CNS의 차별점이다.
블록체인 사업의 시작은 2015년이었다. LG CNS는 이해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기업 전자증권을 시험 발행했고, 2017년에는 국내 IT서비스 기업 최초로 금융특화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8년에는 블록체인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Monachain)'을 출시했으며, 이후 한국은행 CBDC 활용성 테스트와 주요 시중은행 CBDC 플랫폼,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파일럿, 디지털 월렛, 증권사 토큰증권 시스템, KYC(고객확인제도) 등 규제 친화적인 금융권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왔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관용 디지털화폐 및 예금토큰 실증 '프로젝트 한강'에서 LG CNS는 1단계와 2단계 모두 주사업자를 맡아 시스템 구축·운영·고도화를 담당하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참여 은행이 그 위에서 예금토큰 등 디지털 통화를 발행·유통하는 2계층 구조로, 1단계에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7개 은행이 참여했다. 올해 4월 착수한 2단계에서는 참여 은행을 9개로 확장하고 예금토큰을 국고보조금 집행에 적용하는데, 공공 재정 집행에 예금토큰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토큰증권 분야에서는 국내 1위 증권사의 STO 플랫폼과 코스콤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을 구축했다.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증권업계에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과 분산원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5월 기준 10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결제 영역에서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과 함께 '에이전틱 AI 기반 디지털화폐 자동결제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실증했다. 사용자가 한도와 구매 조건을 담은 디지털 위임장을 발행하면 AI 에이전트가 그 범위 안에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들의 접점에는 LG CNS의 자체 지갑 기술이 있다. 프로젝트 한강에서 전자지갑은 참여 은행 앱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발급되며 예금과 예금토큰 간 실시간 전환을 지원한다. 은행이 수천만 고객에게 키를 발급하고 금융 서비스 수준의 속도로 서명을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LG CNS는 HSM(하드웨어 보안 모듈) 기반 서버형 지갑과 키 관리 시스템을 결합하고 전자지갑 개인키 관리 방법에 관한 특허를 적용해 이를 구현했다. 개인키가 HSM 외부로 나오지 않으면서도 국민 1인 1키 규모의 발급과 서명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LG CNS의 디지털자산 사업은 예금토큰, CBDC, RWA·STO, 스테이블코인 네 영역으로 구성된다. 허가형 블록체인 영역은 모나체인이, 퍼블릭 블록체인 영역은 오는 10월 초 출시하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솔루션이 담당한다. 이 솔루션은 프로젝트 한강에서 구축·운영해온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으로 확장한 것으로, 발행부터 커스터디, 결제, 청산, 정산에 이르는 토큰화 화폐·자산의 라이프사이클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