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그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이차전지주가 이달 들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대거 매도에 나서 이차전지주의 추세적 반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POSCO홀딩스[005490]를 710억원 순매수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엘앤에프[066970]도 각각 310억원, 300억원 담았다. 해당 종목들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포스코퓨처엠은 270억원,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도 각각 170억원, 13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LG에너지솔루션을 890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에코프로비엠과 POSCO홀딩스를 각각 880억원, 600억원어치 판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매수세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006400]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을 담은 'KRX 이차전지 TOP10 지수'는 이달 들어 0.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2.6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앞서 'KRX 이차전지 TOP10 지수'의 월간 수익률은 지난 4월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소폭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뚜렷해진 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정책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간 이차전지주의 낙폭이 과했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측면도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점이 이차전지주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으로 중국산 이차전지가 지목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영향을 줬다.
정부가 지난 13일 해당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파는 모든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자, 업계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산 대신 한국산 배터리 사용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조치 이후에도 국내 이차전지 기업이 중국 기업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이차전지주 센티멘털(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동차 내 신규 배터리 탑재 전 성능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기에 당장 국내 이차전지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또한 중국산 배터리가 원가 절감에 유리한 만큼 화재 사건 하나로 중국산 배터리를 갑자기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차전지주의 반등세는 '해리스 트레이드'가 더욱 확산되면서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기차 판매 둔화로 큰 폭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19∼22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최근 해리스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해리스의 경제 정책 공개 과정에서 해리스 트레이드가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 과정에서 급락했던 이차전지 등 성장주의 반등세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창민 연구원은 "1∼6월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역산한 작년 대비 이차전지 시장 성장률은 11%에 불과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자동차 판매량 둔화 등에 전기차(EV)·배터리 수요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단기간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는 크게 상승하기보다는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