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장남선 기자] 지난 9월 14일 10시 30분께 중랑구의 한 음식점 환풍기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발화초기에 주변 거주자들이 ‘보이는 소화기’ 3개를 사용해 화재를 진압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보이는 소화기 사업은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전통시장·쪽방촌·주거밀집지역 등 화재취약지역 거주민의 초동 대처를 강화하고 황금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400개 설치를 시작으로 진행됐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추가적으로 14,000개의 소화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2015년까지 소화기 3,870개를 설치했으며, 2016년 3,500개, 2017년 5,250개, 2018년 5,250개를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거나 통행이 힘든 지역 696곳에 설치하게 된다.
설치개수의 산출근거는 소방차 통행곤란지역 696곳에 각각 25개의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을 예상한 수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예산은 절감하면서도 가독성과 주목성을 높이기 위해 소화기함 제작 개발 및 디자인을 광고전문에게 맡겨 기존의 소화기함 디자인을 수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벽면 그래픽보드를 제작했다.
소화기함은 도시 시설을 범죄 예방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인 CPTED를 변형, 새롭게 설치하는 소화기함을 통해 안전 예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FPTED(Fir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기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또 눈에 띄는 선명한 글씨체와 진한 원색의 구성으로 존재감을 높였고, 새롭게 도입되는 벽면 아울러 그래픽 보드의 독특하고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가시성과 주목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화재 예방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픽 보드 위에 지지대를 설치해 소화기를 고정하고 초경량 포장형 덮개를 씌워 사용과 교체를 용이토록 했다.
기존 소화기함의 주재료였던 아크릴 등은 그 자체로 소화기의 하중을 지탱하고 파손의 우려가 높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소화기함은 케이스 부피는 대폭 줄이면서 뒷면에 평면 그래픽 보드를 부착해 눈에 잘 띄는 형태로 제작됐다.
특히 ‘보관’을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고, 알림의 기능은 독립적으로 분할해 불필요한 요소들은 제거했다.
이렇게 개발된 디자인의 함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이나 공용 소화기 배치가 열악한 지역을 위주로 설치되며,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참사를 작은 소화기 하나가 막을 수 있고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소방서는 바로 소화기라는 점을 전달하게 된다.
기존의 소화기함과 비교해 부피도 절반으로 줄고 예산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면서 그 기능과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시 관계자는 내다봤다.
또 서울역 대합실에 특수형 소화기함을 시범적으로 설치해 대중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시범적으로 설치되는 소화기함은 60cm×80cm 크기의 보드판에 소방관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용기 대신 실제 소화기를 위치시켜 소화기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소화기함 디자인을 총괄한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이제석 대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대한민국의 소화기함이 보편적으로 우수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달라진 디자인으로 소화기함 제작 예산을 줄여 소화기를 하나라도 더 설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이제석 대표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보이는 소화기함이 화재발생 시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황금시간을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화재를 줄이고 예방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