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도계광업소' 역사 속으로... 마지막 탄광

2025.06.27 07:59:27

 

[TV서울=곽재근 기자]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을 지탱했던 대한석탄공사 마지막 탄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36년 문을 연 강원 삼척의 도계광업소는 이달 말 문을 닫는다. 도계광업소는 2023년 화순광업소, 2024년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은 이후 현재 석탄공사 산하에서 운영 중인 유일한 탄광이다.

이번 폐광은 사실상 국내 공공 탄광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도계는 한때 석탄산업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를 견인해온 만큼 폐광 이후의 대응이 지역사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 '연탄 한 장'이 지역을 살리던 시절…석탄 합리화로 몰락

도계는 단순한 탄광 마을이 아니었다. 1960년대 국가 경제개발의 핵심 에너지였던 석탄을 책임졌고, 수많은 노동자가 몰려들며 '노다지의 땅'으로 불렸다.

6·25전쟁 이후 정부는 철도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며 석탄 증산에 나섰고, 도계광업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연탄 수급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상징이 됐다.

이에 따라 1935년 8만8천명이었던 삼척 인구는 한때 13만명을 넘어섰고 사택과 철도 등 생활 인프라도 급속히 확충됐다.

당시 국내 석탄 생산량은 1988년 2천429만5천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은 도계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잇단 탄광 폐쇄와 함께 인구는 반토막 났고, 도계역을 중심으로 번성하던 상권도 붕괴했다.

철도 폐선은 쇠퇴의 상징이 됐고, 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 지원 특별법'도 지역 회생에 역부족이었다.

현재 도계광업소는 석탄공사 산하 유일의 남은 공공 탄광이다.

이러한 폐쇄는 강원도 전체 160여 개 탄광 시대의 공식적인 종말이자, 정부가 부담해야 할 2조5천억 원 규모 석탄공사 부채의 현실화를 의미한다.

 

◇ 폐광 이후 지역사회 중대 시험대…대체 산업 발굴 안간힘

 

도계광업소의 폐광은 단순한 산업 구조의 변화가 아니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도계광업소 폐광 이후 지역경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도는 2022년 연구용역을 통해 약 5조6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과 1천600명이 넘는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대체 산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도계읍 흥전리 일대 12만㎡ 부지에 총 3천167억원을 투입해 중입자 가속기 기반의 의료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 중이다.

중입자 가속기를 활용한 암 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케어센터 신축, 교육 및 연구개발센터 운영 등이 포함된 대형 프로젝트다.

또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최근 도계광업소를 '폐광지원 대상광산'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석탄 생산량은 1988년 대비 약 5% 수준인 7만t에 불과했다.

광해광업공단은 은퇴 광산노동자의 생활 안정, 자녀 학자금 지원, 광해 복구와 폐쇄 이후 주민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나섰다.

폐광이 당장 코앞에 다가오자 지역 주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700여명은 최근 도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생존권 보장 없는 폐광 반대"를 외쳤다.

삼척 도계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상징적 공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산업 유산의 퇴장을 넘어, 지역 회복과 미래 전환의 시험대에 올랐다.

공공 석탄산업의 종말을 상징하는 도계가 옛 영광을 넘어 미래 세대의 살길을 여는 새로운 모델도시 사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27일 "도계광업소 폐광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탄광지역의 산업 전환과 도시 회생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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