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한미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외환시장 안정' 합의가 명문화되면서 큰 우려는 덜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4일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에는 '외환시장 안정'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2천억달러 대미 직접 투자와 관련해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며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액수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또 "한국은 미화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부분도 당초 알려진 내용대로 담겼다.
아울러 "투자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2천억달러 직접 투자가 한국 외환 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공감대와 그 대처 방안을 문서로 남겼다는 점은 안도할 일이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후에 나온 내용과 같지만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이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중요하게 보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근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강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1,475원을 찍었다가 이날 외환당국 구두개입성 발언에 일단 1,450원대로 내려갔다.
다만 팩트시트에서 한국의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관련해 "신의를 가지고 적절히 검토한다"라고만 돼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조달 액수와 시점을 요청받을 때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조달 방식이나 시기 등이 어떻게 조정되든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 자체는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총 2천억달러(약 2천912조원), 매년 최대 200억달러(29조2천억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환율 상승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문화됐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화자산 운용 수익 외에 부족분이 있다면 '한미특별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한 뒤 특별기금을 만들어 정부 보증채 형태로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며 "외환시장에서 절대 조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팩트시트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 시장 안정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점이 팩트시트에 담긴 것"이라며 "앞으로 직접투자 이행에 있어서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200억달러가 매년 나가게 된다고 오해를 하는데, 이는 최대치"라며 "액수와 시점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받아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