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22대 국회 출범 이후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규모별 차등 규제' 법안이 대거 발의되면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기업 활동과 연관성 높은 12개 법률을 기준으로 제22대 국회 출범(2024년 5월 30일) 이후 2025년 12월 31일까지 발의된 1천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총 149건에 달했다.
12개의 법률은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공정거래법, 중견기업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차등 규제는 규모가 클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규제 증가 유형'과 규모가 클수록 각종 혜택을 줄이는 '혜택 축소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같은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성장 페널티라고 대한상의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규모 확대를 통해 성장할 유인을 약화해 경제 전반을 성장 기피 생태계로 고착화하고 있다"며 "근거가 불명확한 규모 기준을 반복적으로 확장해온 입법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고 규제 패러다임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증가형' 차등규제 법안은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법률별로는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개정 논의가 집중된 상법에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 관련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의됐다.
대한상의는 '자산 2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이 2000년 도입된 후 경제 규모와 물가 수준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별도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차용되는 점 등을 들어 합리적 기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형 점포에만 적용되는 의무휴업 등을 부과하는 방식이 여전히 과거의 소비 행태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급변한 상황에서, 특정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22대 국회에서 55건 발의됐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전부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돼있었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되,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한상의는 혜택 축소형 차등 규제가 효율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데 정작 세제 혜택은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라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