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더위가 극성을 부려도 가을이 올 걸 예상하고, 또 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쳐도 봄이 올 걸 예상하며 기다렸듯이 가을이 어느 샌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지난 9월 초 아침, 사무실에 출근한 나는 “젊음”이란 글자가 크게 새겨진 하얀색 책 한 권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감동 깊게,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며 읽곤 하는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라는 제목의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 안에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 중 느끼는 보람이나 각오, 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간 사례들은 물론이요 사회 각계각층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성심성의껏 봉사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20대 초반의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초기 근무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든가, 경험 부족 탓으로 서툴렀던 업무에서 점차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혀가는 과정, 의무감에서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들이 하나하나의 사연마다 매우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읽는 맛이 쏠쏠하다.
매년 병무청에서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국민들에게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체험수기를 공모하여 우수작을 선정, 시상하고 체험수기집을 발간하고 있다. 올해로 11호를 맞은 체험수기집에는 지난 4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2개월의 공모기간 동안 접수된 479편의 작품 중 한국문인협회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 최우수작 1편, 우수작 2편 등 총 30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수록된 글들은 하나같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모습들을 심도 있게 담아내고 있으며 소소하지만 값진 사연들로 넘쳐 난다. 좋은 경험들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역력해 흐뭇함을 자아낸다. 몇 편만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구의아리수정수센터에서 복무하는 한 사회복무요원은 「걱정에서 기대로, 기대는 곧 현실로」라는 글에서 깨끗한 수돗물이 생성되도록 주변 환경 보호에 힘쓴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힘들었던 과정을 겪고 난 후 밀려오는 뿌듯한 보람, 그리고 자연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값진 자각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낸다.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에는 서울메트로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겪은 몇 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담백한 필치로 묘사되어 있다. 길 잃은 지적장애우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이를 계기로 그와 호형호제하게 된 사연, 환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에게 짧은 영어로나마 성실히 안내를 해주어 멋진 주말을 보낼 수 있게 도움을 준 일 등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특히 이 글을 읽으면서는 얼마 전 지하철역 현장 방문 때 만난 한 사회복무요원의 말이 떠올랐다. “지하철역은 유독 취객들이 많고 응급상황이 벌어지는 등 아비규환의 날이 지속되는 곳”이라는 얘기였는데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승객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을 사회복무요원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느낌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픈 '친절한 주차사업팀 ○○○입니다'라는 작품은 서울의 한 시설관리공단에서 주차단속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민원해결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주차문제는 누군가에는 생계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때로는 이 때문에 이웃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사를 고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연히 이로부터 수많은 민원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글의 필자는 이와 관련된 민원들을 해결해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갈등을 중재하며 해결해나가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도리어 삶의 지혜를 끌어올릴 줄 아는 건강한 태도가 눈길을 오래도록 붙잡아두었다.
장성한 30대 아들을 둔 나는 아직도 그가 어린아이처럼 여겨진다.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어릴 뿐만 아니라 인생이 주는 역경을 그다지 많이 경험해보지 않았을 사회복무요원들이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태도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떠올릴 때면 숙연한 마음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사회복무요원은 비록 사회에서 빛나는 존재는 아니지만 나도 국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회복무요원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어느 수기의 마지막 글귀가 가슴에 깊게 아로새겨진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