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장 대표는 약 1만5천자 분량의 연설문을 48분간 읽어 내려가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를 포함해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30번 언급해 '국민'(27회)보다 많이 다뤘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의 연설 시간 36분보다 12분 더 길게 했다.
특히 장 대표는 관세·환율·물가·부동산·고용지표 등을 짚으며 정부의 '경제 실정'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이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 변화를 압박했다.
6·3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띄워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국민의힘 내부의 혁신 과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올라 연초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사건을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고 진단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지난 8개월은 해체와 파괴, 붕괴와 추락의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권은 현금 살포라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을 선택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부정하고 '이재명식 기본사회'로 가는 확장 재정을 밀어붙인다"고 말했다.
또 "만약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매표용 돈 풀기에 나선다면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법개혁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그는 "지금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체제의 형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검찰개혁 한다면서 검찰을 해체하고 '이재명 친위 수사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대 특검(김건희·내란·채해병) 수사 결과도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며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국방정책의 변화도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감당하려면 막대한 규모의 국방비 인상 등 현실적으로 여러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전작권 전환 시 군 복무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연설 직전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가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똑바로 응시하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그러니까 신천지까지 해서 특검합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제1야당으로서 민생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장 대표는 먼저 자녀를 낳으면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에서 착안, 혼인신고일 기준 3년 이내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가족드림대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2억원 한도의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을 1% 초저금리로 대출해주고 ▲ 첫째 출산 시 이자 전액 면제 ▲ 둘째 출산 시 대출 원금의 30% 탕감 ▲ 셋째 출산 시 대출 원금 전액 탕감을 제시했다.
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23년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던 당시 냈던 아이디어다.
또 소득을 가족 수로 나눠 세율을 적용하는 '한국형 가족 세율 제도', 기업이 지방으로 가면 법인세를 '제로'로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길 수 있도록 헌법과 특별법 개정, 청사 건설 등도 함께 추진하자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의 행정통합 방향에 대해선 "선거 공학적 졸속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선 '구태정치 청산 5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 필리버스터 보장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 ▲ 상임위 관련 기업과 단체로부터 금품수수를 전면 금지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 ▲ 고위공직자 신상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을 방지하는 국회법 개정 ▲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2차 가해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 등이 골자다.
이밖에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상향,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군 복무 경력의 호봉 인정 법제화, 신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및 매입 임대 물량의 30%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의무 배정하도록 공공임대 쿼터제 법제화 관철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