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정부가 12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소속 외청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 입법예고에 나서면서 행안부는 중수청 지휘·감독권까지 갖는 거대 공룡 부처로 부상하게 됐다.
행안부는 소방청을 외청으로 두고 재난·안전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대형 재난·참사 발생 시 전 국민의 이목이 행안부에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민생·주요 범죄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청을 또 하나의 외청으로 두고 있다. 경찰청에는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가 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 수사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 권한은 없으나 경찰청장과 시도 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설되는 중수청에 대해서는 경찰에 대한 영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 업무에 대한 감독은 물론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중수청 설치 법안 입법예고를 알리면서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 사무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고,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조직과 재난안전 대응, 경찰 인사권 등 기존 권한과 기능에 더해 중수청 지휘권까지 갖게 되면서 행안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손에 경찰청과 중수청을 쥐게 된 행안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안부의 기존 주요 기능을 보면 정부 조직과 정원 관리, 전자정부 구축·운영, 지방자치단체 지원, 안전과 재난 대응 등을 꼽을 수 있다.
정부 조직·정원을 관장하는 만큼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예산이라는 돈줄을 쥐었던 옛 기획재정부와 함께 실세 부처로 꼽혀왔다. 정부 기관이 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싶어도 행안부의 '오케이' 사인이 없으면 무위에 그치곤 했다.
올해 1월 기재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 출범하면서 행안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 존재감이 더 커진 모양새다.
교부세 지원과 삭감 등을 통해 지자체에 미치는 권한도 막강하다. 재정여력이 충분치 않은 지자체에는 행안부가 지급하는 교부세는 중요한 재원일 수밖에 없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외부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정권에 따라, 또는 행안부 장관의 성향에 따라 이상하게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에 어중간한 기구들을 다 배속시켜놓으니 점점 더 공룡조직이 되는 것"이라며 "각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국가 행정의 종합적 기획이나 조정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행안부가 비대해지고 이를 통제할 실효적인 수단이 없다"면서 "이른바 '정치적 통제'라고 하는 것은 통제가 아니다.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러 우려에 행안부 측은 "중수청도 경찰과 같이 수사기능을 수행하는 면에서 독립성을 갖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