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경찰이 무능하고 검찰이 유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개혁이라는 이유로 진행된 과정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검경 협력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진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런 배경에서 보완수사권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게 김 변호사의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사건처리 현장에서 가장 생생하게 부실수사의 폐해를 겪고 문제점을 외쳐온 법조인에 속한다. 이는 장애인, 아동,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변론을 주로 맡아 이들을 대변해온 공익 변호사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전문가 의견을 진술하는 등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의 입법이 완료돼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하는 검찰개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일하게 남은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본격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보완수사권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또 한 차례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비대해질 경찰의 사법적 통제를 위해서라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건 암장이나 사건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방향의 수사를 조정하려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며 "기소권자 입장에선 사건 초기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않도록 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자기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의 경우 경찰 등 수사 기관에서 불합리한 처분을 받더라도 이에 항의하기 어렵다면서 보완수사권이 불편부당한 사건 처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대 범죄나 환경 범죄처럼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건 역시 국가의 공평한 수사 통제장치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허상을 관철하려고 보완수사도 직접수사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보완수사권을 없애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실패인 것처럼 군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고집하는 현 여권 강경파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전건 송치(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는 것)가 폐지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한 사람이 여러 범행을 저질렀을 때 사건이 병합돼 범죄를 파악하고 공범도 함께 검거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 시스템이 무너졌다"며 "이 상황에서 보완수사권마저 없앤다면 경찰 통제나 스크리닝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중수청,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등 1차 수사기관과 수사 통제 기관(검찰) 간 역할 분담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그는 "기소권자가 제대로 공소 유지를 하려면 충실한 수사를 전제로 기소해야 하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를 없앤다면 공소 기각 등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1차 수사기관이 지게끔 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증거가 인멸되거나 영장 집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보완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송치 기록만으로 기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검사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실질적인 수사 통제가 가능하다"며 "수사는 경찰에 맡기더라도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은 검찰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수사 통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검찰은 경찰 수사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국가가 법률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임용한 것도 적정한 기소를 담당하게 한 것인 만큼 수사 통제를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게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만 주면 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보완수사 요구권은 구속력이 없다"며 "구속력이 없는데 그 누가 조사에 응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보완수사권 없이 공소 제기와 유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썩은 재료를 가져와서 요리해달라고 하면 요리를 하고 서빙할 수 있겠나"라며 "수사 통제에 따라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기소하고 공소 유지를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고 수사 지휘권, 전건송치 폐지로 발생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검경 간 협력 체계를 만들고 사건 초기 단계부터 검찰이 수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하거나 부실 수사한 사례 등을 시민, 피해자 등과 공유하고자 지난달 27일에는 '황당한 불송치 이유 대나무숲'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변호사나 사건 당사자 등이 사례를 제보하면 김 변호사가 이를 선별해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날 현재 22건의 사례가 올라왔다.
이 중에는 초등학생 자녀가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당하자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는데 경찰이 6개월간 사건을 방치하다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한 사례가 있다.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신고했으나 경찰이 '다음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부동산을 처분해 반환하겠다'는 임대인의 원론적 입장만 전적으로 받아들여 불송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찰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가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자 돌연 불송치로 번복한 사례도 있다.
김 변호사는 "누가 무능하다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제도가 잘못 설계될 경우 사건 처리도 부실해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리려 한 것"이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정책 입안자나 입법가들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