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검찰이 8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하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가 8개월 만에 '정점'을 찍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조사가 수사의 종착점이 아닌 '수사 2막'을 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송 전 대표를 정당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당시 민주당 의원(현재 무소속)을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의혹 강제 수사에 나선 지 240일 만에 첫 조사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송 전 대표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2021년 3∼5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역 의원과 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에게 총 9천400만원의 현금을 돈봉투에 담아 건넸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중 6천만원은 20개 돈봉투에 300만원씩 담겨 현역 의원들에게 전해졌다고 검찰은 본다. 송 전 대표는 해당 경선에서 0.59%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수사의 첫 단서가 된 것은 검찰이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이씨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이었다.
녹취 파일에는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라"(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나는 인천 둘하고 A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그래서 거기서 세 개 뺏겼어"(윤 의원) 등의 대화가 담겼다.
파장이 일자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던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해 두 차례(5월2일·6월7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은 필요한 때 부르겠다며 거절했다.
대신 검찰은 돈봉투 마련·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강 전 감사(5월26일), 박용수 전 보좌관(7월21일), 윤 의원(8월22일)을 차례로 구속기소 하며 사건의 기초 사실관계를 다졌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아울러 검찰은 다수의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돈봉투 자금 출처와 수수 의원, 송 전 대표의 관여 정도 등을 확인했다. 9천400만원 외에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건넨 부분이 추가로 있는지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서 경선 캠프로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정황, 송 전 대표가 입법 로비 대가로 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잡아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검찰의 시간표'대로 사건 관계자들을 수사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한 뒤 송 전 대표를 소환한 셈이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대표에게 돈봉투 살포를 지시 또는 인지했는지 등 각종 의혹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를 토대로 200장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송 전 대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두고 "검찰이 청구하면 저는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를 끝으로 돈봉투 '공여' 혐의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수 의원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 조사가 어느 정도 마쳐지면 수수 의원 소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돈봉투 20개를 받은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지난달 20일에는 윤 의원 등의 재판 법정에서 돈 봉투가 살포된 의혹을 받는 회의체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의원들을 향한 수사를 확대하는 모양새는 검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정치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신속히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검찰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저에 대한 증거 조작이 제대로 안되니 제 주변 사람 100여명을 압수수색·소환해 별건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며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