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국회의원 보수를 일컫는 세비(歲費)가 올해 1억5천700만원으로 책정돼 지난해보다 1.7% 인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법안의 통과는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급여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모습에 국회 개혁을 위해서라도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는 한국과 서방 선진국의 의원 급여 책정 기준을 비교한 기고문이 실려 눈길을 끈다.
전진영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팀장은 '국회의원 급여는 누가,어떻게 결정하는가? : 의원 급여를 결정하는 세 가지 방식' 기고문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의회 의원들이 급여 책정 기준을 분석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해 의원들의 세비가 결정된다.
이 규칙은 의원급여를 조정할 때 인상률을 공무원보수 조정비율의 범위로 제한해 놨다. 올해 공무원 보수는 작년 대비 2.5%가 올랐기 때문에 의원 급여의 인상률도 이를 넘지 않는 1.7% 선에서 책정됐다.
영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반영해 의원들의 급여가 책정된다. 다만 국회 내에서 급여가 책정되는 한국과는 달리 2011년부터 독립기구인 의회윤리청(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IPSA)이 의원 급여의 조정폭을 결정해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봉급을 정하는 것을 막고 있다.
IPSA는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기본으로 거시경제 지표나 민간부문 소득통계 등을 고려해 의원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
미국은 1989년 제정된 '윤리개혁법'(The Ethics Reform Act of 1989)에 따라 고용비용지수(ECI)에 의한 민간부문 임금인상률에 기반해 의원들의 급여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방공무원의 급여인상률보다 높게 의원 급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자동적인 급여 인상을 무효화할 수 있어서 2009년에 급여를 인상한 이후로 현재까지 동결해왔다. 전 팀장은 "15년간 의회가 의원 급여를 동결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연방의회 의원들은 연방대법원 판사의 급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만약 급여를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면 시민들의 명목임금지수를 고려해 조정되는 구조다.
전 팀장은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의원직의 중요성에 걸맞은 처우가 필요하다"며 "막중한 책무를 갖는 의원에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볼 때 현행 국회의원의 세비나 복지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국회의원 급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데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급여 외에 각종 특권을 고려하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세비를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