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곽재근 기자]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반미(反美) 성향의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돼 압송되는 모습을 목격한 김 위원장이 체제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하면서 핵무력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3일(미 동부시간)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언제든 전광석화 같은 군사 작전으로 적국 지도자의 침실에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김 위원장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이 이닐 수 없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굴욕적인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는 김정은에게 '실존적 위협'과 '핵 집착의 정당화'라는 두 가지 강력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오랜 기간 반미 전선에서 유대관계를 다져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체감하는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
1974년 공식 수교 이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은 주요 국가행사마다 서로 축전 교환 등으로 우호 관계를 쌓아왔다. 미국 등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군사작전에 사실상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핵무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집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무력을 비롯한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미국 핵추진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두고 '미국의 핵위협이 주변에 상시적으로 존재한다'며 "국익보장과 안전수호를 위한 방위력 제고를 강력히 실행해 나가려는 우리의 실천적 의지는 절대불변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돌아보면서도 결국 답은 국방력 강화에 있다는 인식을 자주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올해의 중동사태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제목의 기사에서 가자전쟁 등을 논평하며 "중동의 참극은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수호하고 인민의 운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오직 자기 힘을 천백배로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뚜렷이 실증해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수 발을 쏘며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도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일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한중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한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도 있지만, 미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베네수엘라와 달리 북한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을출 교수는 "마두로의 생포는 김정은에게 핵 포기가 곧 자살 행위라는 인식을 더욱 결정적으로 각인, 이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