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을 계기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 같은 지배 형태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1.6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배력 강화 문제가 그룹의 숙원이었다.
우선 가능성을 점쳐볼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또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는데, 이 '3%'의 기준이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 바뀌는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총 7.07%를 내놔야 한다.
최 연구원은 "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와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삼성전자 인적분할"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분할 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물산 → 삼성전자 투자회사 → 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시나리오다.
최 연구원은 "이 거래가 왼료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중간지주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될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이 시나리오를 선택할 경우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등 준비과정을 거치며 장기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지난 2017년 공식적으로 포기했지만 향후 5년 후에도 그런 원칙이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며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삼성물산 분할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에서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방식은 삼성물산을 인적 분할해 사업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이 포함되는 금융지주와 삼성전자 등이 속하는 사업지주로 나누고,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각사의 지분을 현물 출자한 뒤 이들 지주사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단시간에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의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굳이 삼성생명을 무리하게 떼어내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제도적으로 강제 전환해야 할 상황이 생기거나 형제간 계열분리 수요가 없는 한 지배구조 개편은 급격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