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변윤수 기자] 의료 인프라가 초토화되고 식량·의약품이 절대 부족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가 가자지구 부상자 2천 명을 자국으로 데려와서 치료한 뒤 돌려보내기로 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나스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전쟁으로 피해를 본 가자지구 주민 약 2천 명, 즉 폭탄·잔해·기타 원인으로 다친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섬과 싱가포르 사이에 있는 리아우 제도의 무인도인 갈랑섬에 있는 의료시설을 개조해 가자지구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가족들을 임시 보호한 뒤 치료가 끝나면 돌려보낼 계획이다.
갈랑섬은 1996년까지 베트남 전쟁에서 피난 온 난민 25만 명을 수용한 대규모 유엔 난민 캠프로 쓰였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환자 치료시설로 바뀌었다.
나스비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대피 조치가 아니라, 임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주민들을 (인도네시아로) 이주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비 대변인은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전에 가자지구 난민을 인도네시아에 임시로 머물게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을 인도네시아로 이주시키자고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자국 내에서 받기도 했다.
이에 당시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가자지구 200만 명을 인도네시아 등지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 병원 등 의료 인프라가 붕괴하고 의료 물자 공급도 끊긴 가운데 이탈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가자지구의 어린이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이 받아들인 어린이 환자는 200명 정도다.
영국 정부도 최대 300명의 가자지구 어린이를 자국으로 데려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치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에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던 치료소 등을 공습, 31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