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대의 핵심 3인방의 행보가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은 김민석(61) 총리다.
정치인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재명 정부 초반의 국정 안정에 주력했던 김 총리가 사실상 '오세훈 때리기'에 나서면서 주목도가 크게 올랐다.
그는 이번 달 들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종묘 인근 재개발과 한강버스, 광화문 '감사의 정원'을 연이어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으로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김 총리는 최근 신안 여객선 좌초 사고, 인제 산불 등에 신속하게 메시지를 내면서 이른바 책임 총리로서의 면모도 부각하고 있다.
당내 한 인사는 23일 "김 총리의 경우 APEC 이전과 이후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전광석화 속도전'을 앞세운 정청래(60)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 드라이브와 함께 이른바 '내란당' 공세를 앞세운 선명한 대야(對野) 접근법으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호응 속에 체급 키우기에 나섰다.
야당 등으로부터의 '삼권분립 위배' 비판 속에서도 이른바 '조희대 때리기'로 3대 특검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지지층으로부터 득점을 받는 포인트다. 전당대회 때 "대통령은 일만 하실 수 있도록 싸움은 내가 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여전히 '당 대포'로 활약하고 있다는 게 정 대표 지지층의 시각이다.
정 대표는 더 나아가 이른바 당원주권시대를 천명하며 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대의원이 당내 투표에서 갖는 가중치를 완화한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아예 표 가치를 동일화함으로써 당내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운동권 출신의 86그룹 정치인인 정 대표와 김 총리와 달리 당내 '97그룹' 대표 주자인 강훈식(52) 실장은 정치판 외곽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강 실장은 최근 두 차례나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임명돼 폴란드·루마니아·노르웨이를 찾았다.
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에는 사전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방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나 핫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강 실장은 이재명 정부 개혁과제를 직접 브리핑하거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이 보이지 않게 뒤에서 지휘만을 주로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들 3인방 행보를 두고 지방선거와 연결 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 승리가 최대 당면 현안인 사람은 정 대표이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의 성적은 국정 운영 동력에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김 총리나 강 실장의 차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김 총리나 강 실장 모두 출마에 고개를 젓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도 이들이 스스로 판단으로 거취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 판세에 따라 출마 요청이 당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나아가 정 대표와 김 총리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내년 8월 전당대회까지 시야를 두고 해석해야 한다는 말도 당내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보선으로 당 대표가 된 정 대표는 총선 공천권이 걸린 내년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당원 권한 강화 드라이브를 놓고 '연임용'이라는 당내 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김 총리 역시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렇게 되면 여권의 지지층이 최근 분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당 대표와 첫 총리가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도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그에 앞선 지방선거에서 교통정리가 될 가능성 역시 없진 않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김 총리 차출론이 분출하면 정 대표가 SOS를 치는 시나리오까지 벌써 거론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에 지방선거와 관련, "필요한 경우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 행사할지는 상황을 봐 가면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