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곽재근 기자] 홍명보호가 오만을 상대로 첫 승리에 도전할 결전지 무스카트가 축구 열기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우리 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167만명이 사는 무스카트는 한 나라의 수도 치고는 조용한 도시다.
과거 아라비아반도 남부부터 동아프리카 해안, 이란 남부까지 지배한 오만제국 시절부터 수도였던 만큼,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오만인들은 '부자 이웃'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람들보다 대체로 조용하면서, 더 기품있게 말하고 행동한다.
김기주 주오만 한국 대사는 "오만은 아랍에서 가장 '족보 있는' 나라다. 우리로 따지면 양반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만 사람들이 한국과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흥분감을 감추지 않는다.
한국 취재진이 택시를 타면, 기사들은 "축구 때문에 왔느냐?"고 물으며 "오만이 이긴다"고 하나같이 큰소리친다.
9일 홍명보호는 결전을 치를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초반 15분만 공개된 가운데, 20여명의 오만 취재진이 태극전사들의 훈련 장면을 취재했다.
자신을 '오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인플루언서'라고 소개한 야잔 알하사이비는 "오만 전체가 이번 경기 때문에 들썩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46만명에 달하는 알하사이비에 따르면 오만 팬들은 이번 예선을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할 '천재일우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B조 6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다섯 팀 모두가 중동 팀인데, 오만 팬들은 B조의 중동 팀들 모두를 '해 볼 만한 상대'라고 평가한다.
알하사이비는 "B조 중동 팀들이 다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한국에 단 1승이라도 거둔다면, 북중미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 어린 전망을 했다.
오만 팬들은 홍명보 감독이 한국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알하사이비는 "한국이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쳐 분위기기 좋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흐름에 있는 한국을 우리가 '홈에서' 상대하게 됐다. 이는 오만 팬들이 '깜짝 승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오만 팬들의 응원 열기 이상으로 뜨거운 무스카트의 무더위는 홍명보호에 또 다른 '적'이다.
한국이 오만전 킥오프 시간에 맞춰 훈련을 시작한 현지 시간 오후 6시 기온은 34도에 달했다. 습도도 50%나 돼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태극전사들을 괴롭혔다.
태극전사들은 중동에서 워낙 원정 경기를 많이 치러봤기에 이 지역 날씨에 익숙하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중동에서도 비교적 자주 찾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기온은 높지만, 습도는 낮은 사막성 기후다.
오만은 이들 지역과 달리 습도마저 높아 후텁지근한 동남아 날씨에 훨씬 가깝다.
김민재(뮌헨)는 "생각보다 덥고 습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경기력에 영향이 있겠지만, 변명거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훈련하면서 다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장 잔디 상태는 양호하다.
선수단장을 맡은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경기장 그라운드를 체크한 뒤 "거기(훈련장으로 쓴 알시브 스타디움)랑 똑같다. 괜찮다. 평평하고 좋은 것 같다"면서 "상암(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이날 태극전사 26명 모두가 이탈자 없이 훈련에 임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몸풀기 러닝을 할 때 젤 앞에서 뛰며 의욕적으로 훈련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론도(공 빼앗기) 훈련 등을 진행하고 비공개 전술훈련 등을 하며 1시간에 걸친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