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변윤수 기자] 최근 심한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900명대로 늘었다.
8일(현지시간) 스페인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은 최근 폭우가 내린 수마트라섬 북부 3개 주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921명이 숨지고 39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수하리안토 국가재난관리청장은 아체주에서 366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아체주를 비롯해 북수마트라주와 서수마트라주 등 3개 주에서 이번 홍수로 발생한 이재민 수는 97만5천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체주 수백개 마을은 도로가 심하게 파손돼 여전히 고립된 상태다.
육로로 접근하지 못하는 외딴 지역에는 드론과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일부 피해 지역에서는 식수와 연료를 구하려고 가게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달걀을 포함한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다.
수하리안토 청장은 3개 주에서 주택과 공공시설 복구 비용으로 31억달러(약 4조5천6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아직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지 않고 있으며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복구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아체주를 다시 방문해 피해 복구를 위한 경제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지금은 이례적 상황이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의) 채무를 탕감한다"며 "채무는 전액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체주에 사는 샤룰(35)은 프라보워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이 "재난 관광"만 한다고 비판하면서 피해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국가 재난 사태는 2004년 23만 명이 사망한 인도양 쓰나미 참사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등 최근 30년 동안 단 3차례만 내려졌다.
피해 지역 이재민들은 설사, 호흡기 감염, 피부 질환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의료진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적어도 앞으로 3개월 동안 외딴 지역에 배치할 의사 300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만7천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기가 이어지고, 이 기간에 홍수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최근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사이클론(열대성 저기압) '디트와'가 강타한 남아시아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도 최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627명이 숨지고 190명이 실종됐다.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스리랑카 전체 인구(2,320만명)의 10%가량인 200만 명 넘게 피해를 봤고, 주택 5만채는 완전히 파손됐다.
AFP 통신은 스리랑카 고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복구 비용이 최대 70억 달러(약 10조3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믈라카 해협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이클론(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 폭우가 쏟아졌으며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탓에 이 지역에 폭우가 심해졌고, 벌목을 비롯한 난개발과 부실한 재난 방지 시스템까지 더해져 피해가 컸다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뿐만 아니라 태국 사망자 275명과 말레이시아 사망자 3명을 포함하면 4개국에서 지금까지 1,826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