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예 연장 여부 그리고 한국이 유예 연장 대상에 포함될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90일이 다음 달 8일 끝나기에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9일부터 상호관세가 부과될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기간 각국과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의제로 삼아 무역협상을 진행해왔고, 이미 영국과는 합의를 도출했다.
한국의 경우 기본관세 10%, 국가별 차등 관세 15% 등 총 25%의 상호관세가 책정됐다. 기본관세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각 50%) 등 품목별 별도 관세가 적용되는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내달 9일부터 15%의 관세가 더 추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크게 3가지 선택지가 있다.
예정대로 이르면 내달 9일 상호관세를 모든 대상국에 부과하는 방안과 일부는 부과하고 일부는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 모든 국가에 대한 일괄 유예 연장 방안 등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요인들 발언을 종합하면 최소한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선택지의 하나로 상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 여부에 대해 질문받자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결정"이라고 답했다.
또 27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관세 협상을 미국 노동절인 9월 1일까지 완료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상호관세 유예 시한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는 연장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예 연장을 옵션의 하나로 거론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1주 반(열흘) 내에, 혹은 아마도 그 전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힐 것"이라며 압박 메시지도 내놓았다.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하더라도 모든 국가가 연장 대상이 되진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자국과의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시 말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나라는 7월 8일까지 합의를 못하더라도 협상 시간을 연장해주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일단 이르면 7월 9일부터 유예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에 6·3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는 리더십 변화를 거친 한국 정부로서는 내달 8일 안에 미국과 무역합의를 도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단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해 놓고 협상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만약 유예를 연장받지 못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기업들이 현재 수준보다 15%의 대미 관세를 더 부담하는 불리한 여건에서 대미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신중하게 보는 기류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27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측이 상호관세를 더 유예할 가능성에 대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아직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긴박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말한 것에서도 그런 기류가 묻어났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로선 앞으로 일정이 조율될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한미관계의 '틀'을 짜야 할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정상회담 전까지 상호관세 유예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합의한 초고율 관세 상호 인하(양국 각각 115% 포인트씩 인하) 기간이 8월에 만료되기에 중국과의 협상이라는 최대 난제를 앞둔 상황에서 관세전쟁을 확전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중인 이달 초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종전 25%에서 50%로 크게 올린 바 있다.
또 동맹국에 대해서도 거의 예외 없이 '거래'의 논리를 적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만약 일부 국가만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할 경우 협상 전술 차원에서 한국을 연장 대상에서 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전에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 연장없이 부과함으로써 미국이 가진 지렛대를 최대한 키우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앞으로 열흘의 시간 동안 정부의 대미외교가 중요해졌다.
미 측의 각종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 등에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동시에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필요한 한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과 한미협력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강조하며 미측을 설득하는 두 갈래의 과제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