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국민의힘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정당으로 돌아와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새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을 향해 '변화하면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집권 여당과 제1야당간 관계 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가 8·2 전당대회 수락 연설 등에서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자칭 '내란당'인 국민의힘과의 대화 거부 원칙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의힘 새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 대표의 스탠스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당장 정 대표가 집권 여당 대표임에도 이른바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외치며 국민의힘을 해산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계속하자 당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야당과 협치가 실종된 모습이 이재명 정부의 통합 기조에 배치돼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18세 이상 1천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59%, 민주당 지지도는 41%로 각각 지난 조사보다 5%포인트씩 하락했다.
앞서 민주당 원로인 상임고문단은 지난 12일 정 대표와 간담회에서 개혁의 방향성과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집권 여당 대표가 투쟁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쏟아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집권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했고, 문희상 전 의장도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 본인도 메시지 톤에 다소나마 변화를 준 상태다.
당 대표 당선 직후엔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라는 초강경 기조였다면, 지금은 내란 세력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와 함께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손절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 거듭나길 바란다"(9일),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되돌아가려면 내란에 대한 깊은 반성, 대국민 사과, 단죄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11일)는 메시지도 같이 던지고 있다.
대화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사과·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이전보다 좀 누그러진 메시지도 같이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가 오는 22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야(對野) 노선에 다소 변화를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이른바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여야 간 대화 복원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서 김문수·장동혁 후보 등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가 앞선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라는 점은 변수다.
정 대표 입장에서 계엄·탄핵을 옹호하는 반탄파가 제1야당 대표가 될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각을 세우면서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충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찬탄파가 당권을 잡아도 현재의 대립적 상태가 일순간에 바뀌긴 어렵다는 관측 역시 적진 않다.
정 대표가 이른바 입법 속도전을 하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순순히 여당에 발을 맞춰주기는 어렵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을 받들지 않고 조금의 변화도 없이 극우적 행태로 가고 있고 대선 불복적 모습까지 보인다"며 "지금 같은 상태에서 협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임고문단의 조언과 국민여론 등을 정 대표가 잘 알고 있고 수렴하고 있다"며 "편협하게 협치를 아예 닫아놓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변화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