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김기명 경남본부장] 최근 극한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남에서 지방하천 관리 문제가 발등에 불로 떠올랐다.
27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6∼19일 사이 서부권 집중호우로 인해 양천, 덕천강 제방이 무너지거나 하천이 범람해 주택, 농경지, 시설하우스가 쑥대밭이 됐다.
하천이 지나는 곳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상류 유입 수량까지 더해져 홍수가 났다.
나흘간 산청군(632㎜), 합천군(532㎜), 하동군(369㎜), 함양군(336㎜) 등 서부권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19일 하루에만 산청군에 283㎜, 합천군에 279㎜, 하동군에 182㎜, 함양군에 164㎜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양천, 덕천강 외에 서부권 다른 하천도 제방 유실이나 범람 피해가 발생했다.
중부권 김해시도 지난해 똑같은 피해를 봤다.
지난해 9월 20∼21일 김해시 일대에 쏟아진 400㎜ 이상 집중호우로 조만강이 넘쳤다.
택지개발로 거주 인구가 많아진 김해 칠산서부동 지점 조만강이 범람해 주택과 논밭, 공공시설이 물에 잠겼다.
양천·덕천강·조만강은 지방하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청군·합천군을 지나는 양천은 남강(국가하천) 지류, 하동군·산청군·함양군을 지나는 덕천강은 남강 상류 하천이다.
조만강은 국가하천인 서낙동강으로 이어진다.
최근 하루에 수백㎜씩 내리는 극한호우를 견디지 못한 경남 지방하천이 주민 삶터를 삼키는 사례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다시피 한다.
국가하천 관리권은 환경부 장관이, 지방하천 관리권은 시도지사가 가진다.
환경부는 하천법에 근거해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이거나 유역면적 합계가 50㎢ 이상·범 인구 1만명 이상인 지역을 지나는 하천, 범람 피해·하천시설 안전도 등을 고려해 국가하천을 지정한다.
양천·덕천강·조만강은 국가하천 지정 요건을 갖췄음에도 지방하천이다.
경남도는 수년 전부터 3개 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은 유지관리 예산·관리인력 전문성 차이는 물론, 하천시설 설계기준부터 큰 차이가 난다.
통상 국가하천은 200년 빈도 극한강우(홍수)에 견디도록 하천시설을 설계하지만, 지방하천은 하천시설 설계기준이 80∼100년 빈도 홍수 대비에 그친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유역 면적이 넓고 집중호우 등 극한 기후에 취약해 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시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또 계속된 집중호우로 퇴적물이 쌓인 지방하천 준설에도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