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의 역사 인식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경계감이 퍼지는 가운데 일본 언론도 그의 역사·영토 관련 강경 발언을 조명한 뒤 한국과 협력을 제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달 중순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전망되는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과거 주변국에 강경한 발언을 거듭했다"며 "일본 정부 역사 인식을 '자학사관' 등으로 비판하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왔다"고 7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특히 1990∼2000년대에 일본 정부 역사 인식,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매파' 성향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995년 담화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에 대해 "멋대로 대표해서 사과하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낙선해 잠시 국회를 떠났던 2005년에도 잡지에 무라야마 담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렇게 분별없는 견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손을 '범죄국가의 국민'으로 계속 묶어두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1년 8월 13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자 2002년 또 다른 잡지에 쓴 글에서 "당당히 (종전일인 8월) 15일에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이유에 대해 "(다른 나라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꺼림칙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항변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2006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도 문제에 관한 글도 올렸다.
그는 일본 정부가 말로만 항의할 것이 아니라 독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현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강경했던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이후 자민당 간부, 각료에 자주 기용되면서 관련 발언을 다소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그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던 2013년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탐탁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 등에게 지적받은 뒤 '조심하고자 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아울러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와 관련해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지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정부 대표로 차관급인 정무관 대신 장관인 각료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재가) 보수층을 끌어들였던 언동도 총리에 취임하면 신중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면서 "예전과 같은 발언을 시작하면 외교가 정책의 '급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군사력 확장, 북한과 러시아 군사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함 등을 고려하면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과 협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재는 2009년 경제산업성 부대신 시절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닛케이는 이재명 대통령도 다카이치 총재처럼 취임 전에는 지지층을 겨냥해 일본에 강경한 자세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섰다면서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발언 자제를 당부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미일 협력을 '아킬레스건'에 비유하고 3국 협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닛케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