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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서울역사편찬원,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의 운동과 생활’ 발간

  • 등록 2020.05.22 14:20:31

 

[TV서울=이천용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근대적 학교 교육을 받았던 여학생의 다양한 측면을 주제별로 조명하는 연구서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의 운동과 생활’을 발간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들의 3․1운동 및 광주학생운동 참여와 동맹휴학, 여학생들의 일상공간인 여학교와 기숙사 생활로 인한 시공간 감각의 재편, 여학생 간의 친밀한 관계가 퀴어적 성격을 지녔음을 규명, 여학생에 대한 통제와 이에 대한 거부 양상, 여학생의 음악과 체육 생활을 다룬 총 6편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일제강점기 경성의 여학생 운동’ 논문을 통해 민족운동사 연구가 상당히 축적되어 왔음에도 여학생의 민족운동이 제대로 규명되고 평가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3․1운동부터 1930년대 경성지역 여학생의 정치적 저항에 대해 다뤘다.

 

1919년 3월 1일 경성 거리에서 무리를 이루며 등장한 경성의 여학생들이 1920년대에 식민권력과 학교에 저항하며 동맹휴학을 전개했으며, 1930년대에도 독서회 등을 운영하는 등 조직적인 여학생 운동을 이어갔음을 지적했다. 특히,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 발발했을 때 경성 여학생 주도의 시위운동을 모의해 1930년 1월 15일 연합시위를 전개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세대 젠더연구소 소영현 전문연구원은 ‘일제강점기 기숙사의 공간성과 여학생의 이동성’

 

여학교의 경성 집중성은 ‘국내 유학’이라는 거시적인 흐름을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여학교와 기숙사는 여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이 됐다. 이 논문은 학교 내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영위했던 경성지역의 여학생에게 여학교와 기숙사가 지니는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여학교와 기숙사를 ‘집과 사회 사이에 놓인 공간’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면서, 집에서 벗어나 집 바깥의 공간에 머무른다는 감각이 여성의 범주 구성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그동안 통제와 관리의 공간이자 규율화의 공간으로만 다뤄졌던 여학교와 기숙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여성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촉구하는 논문이다.

 

튀빙겐대 배상미 방문연구원은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들의 퀴어적 관계’ 논문에서 여학생 간의 친밀한 관계가 퀴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해, 여학생들의 퀴어적 관계가 당사자에게는 어떤 의미였으며, 학교 관계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또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담론 안에서는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를 규명했다.

 

일제강점기 여학교는 남성지배적 규범이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는 외부의 공간으로, 이 공간에서 여학생들은 남성들의 성적 대상이 아닌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했다. 여학생들 간의 친밀한 관계는 이성애 관계와 구별되는 낭만적인 경험, 규범적 섹슈얼리티가 완전히 포섭하지 못하는 비규범적 섹슈얼리티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학생의 퀴어적 관계는, 우리들 예상과 달리 당시 사회에서 극렬한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 관계는 사회와 불화하지만 사회 규범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 양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복합성은 지배적 규범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지점을 드러내며 여성들이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주의의 시선에 적응하면서도 이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진단했다.

 

역사문제연구소 소현숙 연구위원은 논문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의 일상생활과 규율’을 통해 일상적인 차원에서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들의 신체와 일상이 어떻게 젠더화된 형태로 훈육되고 길들여져 갔는가 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의 학생 규율에 관한 연구가 젠더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여학생의 일상생활이 어떠한 통제와 규율 아래 놓였고, 여학생에 대한 단속과 규율은 남학생들에 대한 그것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났는지를 조명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젠더 차별을 만들어내는 기제와 관련해 주로 현모양처와 같은 교육이념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분석해 왔으나 이 논문은 구체적인 여성교육의 현장에 주목했다. 여학생에 대한 규율이 일상에서 관철되었던 과정과 규율의 틈새에서 규범적 존재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던 ‘행위주체’로서의 여학생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이 논문은 동맹휴학의 원인 중 하나로 억압적인 규율이 있었음을 언급했는데, 그동안 억압적인 규율을 식민지 차별의 차원에서 접근했던 운동사 연구와 비교할 때 색다른 관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림대 이지원 교수의 ‘일제강점기 경성 여학생의 음악 생활’ 논문은 음악을 매개로 나타난 서울 사립학교 여학생들의 문화를, 현모양처 여성교육과 음악, 음악을 통한 여학생의 정체성 각성과 활동, 여학생의 음악 취미라는 세 측면에서 접근해 분석했다.

 

여학생들은 식민지 여성교육으로 규율화된 음악교육을 통해 기능적으로 음악을 익히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으며, 정서와 감흥을 발휘하는 개별적 주체로서도 체험을 했다. 또한 여학생들은 음악회 등의 활동으로 공적인 일에 참석하면서 사회와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음악 활동은 단속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학생의 취미활동으로 학교 밖 음악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통해 여학생의 음악 취미생활은 향유와 통제 사이에서, 고상과 저급 사이에서 규범적 일탈의 통제대상이 됐음을 지적했다.

 

덕성여대 사학과 예지숙 대우교수는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의 체육 생활’ 논문에서 여성사 관점에서 개항 이후 여학교 체육의 도입과 전개 과정을 검토하면서, 여자체육과 젠더 형성과의 관계를 규명하여 여학생의 주체화 양상을 살펴보는 데 주력했다.

 

경성은 근대성이 집약적으로 구현되고, 체육교육과 스포츠 활동이 가장 활발하며, 여학교가 집중된 지역으로, 여학생 체육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공간이다. 개항기에서 1910년대 여자체육이 정적인 체조를 중심으로 했다면 1920년대 이후에는 경기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큼 여자체육도 성행했다.

 

여성의 자유로운 신체활동이 학교제도(교육)를 통해서 공식화됨에 따라 성 규범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모성주의와 체육, 여성성과 체육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여학생에 대한 규제적 측면이 부각하는 한편 여학생들이 민족의 모성이라는 ‘거창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지기보다 운동을 취미․유희로 생각하기도 했으며, 여성미 허용치 논의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여장부를 꿈꾸기도 했다면서 여성의 주체적 측면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의 운동과 생활’은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 등에 무상으로 배포되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구입을 원할 경우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책값은 1만 원이다. 다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책방에서의 현장 구매는 불가능하고 서울책방 온라인(https://store.seoul.go.kr)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한편,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서울 역사의 취약 분야’를 보강하고 서울 연구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역사 중점연구’ 발간 사업을 2016년도부터 시작했다. 2017년부터 전년도 사업 결과물을 서울역사 중점연구 시리즈로 발간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6권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하는 책은 서울역사 중점연구 제7권으로 2019년도 사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며, 두 번째 ‘전시체제기 경성의 강제동원과 일상’와 세 번째 ‘해방 이후 서울 학생들의 통학과 생활문화’ 결과물은 올해 7월과 10월에 순차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경성지역 여학생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어 2천년 서울 역사의 체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서울역사 중점연구’를 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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