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설 연휴를 마친 여야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을 놓고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이 연휴 직전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대법관증원법·재판소원법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다음주께 3대 사법개혁 법안을 비롯해 쟁점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여당이 법사위에서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지난 12일 청와대 오찬과 본회의를 잇달아 보이콧한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는 또다시 전면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 들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별법을 연계한 압박 전략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과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與 내주 본회의서 '사법개혁 3법' 처리 검토…국힘 '필버' 대응
민주당은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남은 2월 임시국회의 입법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 오는 24∼26일 사이에 본회의가 열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유력한 상정 안건 후보는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다. 이들 법안 모두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3일 "사법개혁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전·전남광주·대구경북 지역의 행정통합을 위한 3개 특별법, 이른바 검찰개혁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등도 민주당이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는 주력 법안이다.
다만 행정통합 특별법 등은 아직 본회의 상정에 필요한 국회 내 입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구체적인 일정과 법안 상정 순서 등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일부 법안에 대한 당내 및 당정 이견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왜곡죄를 놓고 당내 일각에서 '위헌성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강경파를 중심으로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재판소원제법을 놓고도 당내에서는 제도 안착을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중수청·공소청법의 경우에도 공소청 수장의 명칭을 놓고 검찰총장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와 공소청장으로 불러야 한단 당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법안 처리 방향과 관련해 "(사법개혁 3법을 한 번에) 다 올릴 수도 있고, 보강하자는 차원의 의견이 (의총에서) 나올 수도 있고, 또 2개만 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법안을 선(先)순위로 올릴지도 결정된 게 없다. 사법개혁법이 먼저 올 수도, 행정통합법이나 검찰 관련법이 먼저 올 수도 있다"며 "의총을 통해 법안의 순서와 내용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을 '사법 파괴 악법',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법'으로 규정하고 필리버스터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지난 13일 여당의 사법개혁 법안 추진과 관련, "의석수가 부족한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하거나 국민께 설명해 드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 쟁점법안과 대미투자법 연계되나…국힘 '검토'에 與 "국익 볼모"
여야 간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 국면에서 대미투자특별법 문제가 변수로 돌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의 관련 입법 지연을 이유로 대(對)한국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대미투자특별법 특위를 구성한 상태다.
민주당은 속도감 있게 심사를 진행, 내달 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12일 첫 회의부터 파행됐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자 국민의힘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별법 심사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은 나아가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설 경우 대미투자특별법특위를 연결고리로 한 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위원장이 회의 소집 및 안건 상정의 권한 등을 가진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여당이 이른바 사법개혁법안을 처리한다면 우리는 활동 기한이 내달 9일까지인 대미투자특별법특위를 멈춰 세우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며 "미국발 관세 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면 헌법 질서와 야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 사법 질서를 왜곡하는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우리도 강대강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리되면 선거 전까지 국회 운영은 파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법안 처리 문제로 국민의힘이 대미투자특별법을 연계시킨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라며 "중요한 국익 사안을 볼모로 잡는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