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여야가 19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처리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소수 여당의 반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라는 '정쟁 공식' 수순을 또다시 밟게 된 것이다.
여야는 지난달 28일 비쟁점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한 데 이어 이달 1일 대표 회담을 통해 협치 분위기를 형성하는듯했지만, 추석 연휴를 마치자마자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3개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법안 세부 내용이 달라지긴 했지만, 채상병 특검법과 김여사 특검법은 21대 국회를 비롯해 지금까지 각각 2차례, 1차례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이날 통과된 김여사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비롯해 인사·공천 개입 의혹으로까지 넓혔다.
채상병특검법은 제삼자 추천 방식을 내세웠지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야당이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당론 추진한 지역화폐법의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이 민생을 챙겨달라는 추석 민심을 외면하고 또다시 정쟁에 나섰다고 강력 반발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는 대신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들 3법에 대해 "정쟁용 좀비악법", "현금살포 포퓰리즘법"이라고 규탄하고, 법안 통과 직후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특히 두 특검법안에 대해선 "모두 거대 야당의 일방 처리에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하고 국회 표결을 거쳐 수명을 다한 법안들"이라며 "지독한 특검 중독"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오는 26일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일정이 있음에도 추석 연휴 직후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것은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추석 연휴 기간 김 여사 등에 대한 민심의 현주소가 확인된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명령이자 파탄 난 민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비상 대책"이라며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윤 대통령이 또 특검을 거부한다면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다시 이어지면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실무 협의도 잠정 중단됐다.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일 회담을 통해 '민생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실무 협의를 위한 양당 정책위의장 간 회동이 지난 6일 불발된 이후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의료 차질 상황과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도 양측이 온도 차를 보이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