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민수 기자] "요즘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식당에 가면 마주치는 분들이 '윤아'가 아니라 '연지영씨', 혹은 '대령숙수'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이 드라마를 진짜 많은 분이 봐주신다는 걸 그때 느꼈죠."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종영을 앞두고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엠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만난 배우 임윤아는 최근 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체감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폭군의 셰프'는 미슐랭 3스타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조선시대에 떨어지면서 미식가인 폭군 이헌(이채민)에게 매일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사극이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맛깔나는 음식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이 드라마는 28일 최종화 시청률 17.1%로 tvN 드라마 가운데 '눈물의 여왕' 이후 최고 기록을 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2주 연속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등 올해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임윤아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로 시청률을 확인했다"며 "전작인 '킹더랜드'에 이어 이번에도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를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이 글로벌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은 받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요리'였다고 해석했다.
임윤아는 "이 작품에는 프렌치 요리 같으면서도 한국의 궁중요리를 접목한 퓨전 한식이 많이 나온다"며 "최근 K-푸드 열풍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궁중요리를 다룬 이 작품의 소재를 전 세계 많은 분이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음식이라는 소재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지만, 극 중 조선 최고의 요리사를 맡은 만큼 요리하는 장면을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임윤아는 완벽한 '대령숙수'로 분하기 위해 3개월여간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다고 했다.
"촬영 전부터 3개월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며 칼질 등 기초를 배웠고,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호텔에서 셰프님께 프렌치 요리를 직접 배웠어요. 드라마 속에서 요리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이) 의심 없이 대령숙수로 바라봐 주시는 것을 보니 나름 성공한 것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 드라마에 나온 음식 중 그의 입맛에 가장 맞았던 요리는 연지영이 이헌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던 '된장 파스타'였다.
임윤아는 "저도 궁금해서 촬영 후 한 입씩은 다 먹어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된장 파스타"라며 "나중에 된장 파스타나 비프 부르기뇽 등 드라마 속 메뉴 하나 정도는 레시피를 배워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일등공신은 연지영의 요리를 먹은 동료 배우들이 온몸으로 표현한 혼신의 리액션 장면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임윤아는 "음식을 만든 사람은 저였지만 먹는 사람의 리액션으로 이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표현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세상에서 먹어본 적 없는 대단한 요리를 만든 숙수가 될 수 있도록 너무 맛있게 잘 먹어주고 리액션해준 배우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헌이 갈대밭에서 옷을 풀어 헤치는 장면과 MSG(글루탐산나트륨) 조미료를 처음 맛본 임송재 부자 뒤로 새우와 표고 등이 날아다니는 장면, 명나라 사신과 이헌이 칼춤을 추는 장면 등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당초 이헌 역에 낙점된 배우 박성훈이 하차하면서 촬영 직전 급하게 작품에 합류한 이채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윤아는 "(촬영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도 승마부터 붓글씨 등을 다 배워 촬영 현장에 '이헌' 그 자체로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리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도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을 보며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치켜세웠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채민과의 연상연하 커플 케미(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연하 파트너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이채민은 성숙한 면이 많아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며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저와 비슷해 연기를 하면서 통하는 점도 많았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유독 '로맨틱 코미디 장인' 임윤아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극중 술에 취한 연지영이 서태지와아이들의 노래 '컴백홈'에 맞춰 수라간 숙수들과 춤을 추는 장면 등은 큰 재미를 더했다. 이 장면은 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임윤아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
그는 "'컴백홈'을 부르며 취한 연지영이라고 적힌 대본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부분 가사를 '내 망운록도 없었어'로 바꿔봤다"며 "감독님이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를 잘 수용해주셔서 가능한 장면이었다. 숙수들과 단체로 춤을 추는 장면은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임윤아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연기가 한 발짝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 어느 작품보다도 종영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은 연지영의 시선을 따라서 보는 시청자들이 많아 화자로서 책임감이 컸다"며 "(시청자들이) 연지영이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그 부분이 제일 재미있다고 얘기해주실 때 굉장히 뿌듯했다"고 떠올렸다.
"그 어느 작품보다 더 오랜 기간 준비했고, 촬영 기간도 길어서 12부작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것 같아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밝고 행복한 장면도 많았지만, 마지막쯤 이헌과의 감정 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찡해집니다."
임윤아는 자신의 연기에 더 많은 이들이 끄덕일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한 유튜브에서 '연기에 끄덕임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끄덕임에 한발짝 다가가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이라며 "다음에는 '윤아에게 이런 면이 있네' 하는 의외의 작품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