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서울=곽재근 기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이단으로 분류되는 종교의 교인이라는 이야기를 퍼트렸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는 피고인의 목격담과 "가본 적도 없다"는 피해자의 반박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이 사건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A(37)씨는 2023년 6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에게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하다가 B씨가 C 교회 건물에서 나온 것을 봤다"고 말하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B씨가 C 종교의 교인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소문은 B씨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고, B씨가 A씨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서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당시 직장에서 근무 중이었으며, C 교회 건물에 가본 적도 없다"며 피해자의 호소와 "B씨가 마스크를 쓴 채 C 교회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뒤쫓아 가 얼굴을 확인했다"는 피고인의 항변을 살핀 1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지만, 피고인의 발언이 허위임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를 봤다고 확신하는 발언을 한 사정으로 미루어보아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가 당시 휴식 시간이나 외출 등을 활용해 C 교회 부근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심은 또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까지 언급하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극명히 대립하고 있어 실체적 진실을 알기 어려울뿐더러 단호하게 유죄를 인정할 만큼의 허위성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1심은 판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덧붙이는 말'을 통해 "무죄 판단이 피고인의 말을 진실한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피고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불필요한 가십거리를 전파해 피해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불편·불행하게 만들었다"며 "피고인과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들의 왜곡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인다"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하지만 검사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달리 판단했다.
2심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더해 직장 동료의 진술까지 더해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목격 당시 시간에 피해자가 C 교회 건물을 방문했을 가능성은 합리성이 부족한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문에 불과하다고 봤다.
C 종교에 대해 일반인이 갖는 부정적 인식의 정도 등에 비추어보면 문제의 발언이 불특정 또는 여러 사람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는 점을 근거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 역시 충족된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당시 피고인이 C 교회 건물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온 불상자를 뒤따라가 잠시 얼굴을 봤을 뿐 말을 걸지도 않았고, 피해자임을 확신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라고 단정한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이 목격한 사람이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은 "이 사건 각 발언으로 피해자의 평판이 저해된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피해자가 느낀 정신적 고통이 상당해 보임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