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정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지급 한도를 높이자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큰 폭의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지방재정과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의원이 매월 받는 의정활동비는 각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례로 정하게 돼 앞으로 지방의회별 입법 과정에서도 '셀프 인상' 논란이 예상된다.
◇ "언제 또 올릴지 모르니 최대한으로"…곳곳서 '일괄 증액'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 지급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방의원의 충실한 의정활동을 돕고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광역의회 의정활동비 지급 한도는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기초의회는 월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아졌다.
2003년 이후 고정돼 있던 상한액이 20년 만에 늘어나자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의정활동비를 법정 상한액 수준에 맞추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5일 2024∼2026년 도의원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이내로 늘리는 안건을 심의위원 7명 전원 찬성 의견으로 의결했다.
인상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도의원 1인당 연간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2천400만원과 월정수당 5천11만원을 합쳐 7천411만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6천727만원보다 684만원 늘어난 것으로,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 의원은 "의정활동비를 한 번 올리면 또 언제 올릴지 모른다"며 "그냥 50만원 최대치로 올리는 게 (낫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경기를 비롯해 강원·전북·경북·대구·울산의 지자체 역시 의정활동비를 법정 최고액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14개 전체 시·군이 지방의원 의정활동비를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최대한 인상할 계획이다.
충북·충남·부산·인천·광주 등지에서는 주민공청회나 여론조사를 거쳐 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개정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지방의원들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증액된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
◇ "청렴도 최하위면서 잿밥에만 관심"…비판 목소리도
전국적인 의정활동비 인상 흐름 속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괄 증액'을 경계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세수 감소로 지자체가 긴축재정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의정비 인상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참여연대는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려면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과세 대상인 의정활동비와 관련해 별도로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조례를 제정한 지방의회는 없다"며 "과세를 하지 않으니 의정활동비를 급여 개념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 인상에 앞서 지방의회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도종 전 창원시이통장협의회 회장은 "의정활동비는 월급처럼 가져가는 돈이 아니다"라며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돈을 객관적 기준 없이 일괄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거나 각종 구설에 휘말린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를 최고액에 맞춰 인상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지방의회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의회와 강원도의회는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강원도의회는 지방의회 청렴도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는데도 의정 역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 없이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제시의 경우 시의원들이 '불륜 스캔들'을 비롯한 잇따른 일탈행위로 비판받는 와중에 의정활동비 최고액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