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저도 올해 상반기 워싱턴에 자주 오게 될 거 같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 발언 말미에 이렇게 얘기했다.
조 장관의 이번 미국 출장은 원래 전 세계 56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 장관 방미 출장의 초점은 이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면서 한미 간 관세 갈등을 다시 촉발한 것에 맞춰졌다.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3일 열린 한미외교장관 회담 시작 직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서 미국 측 내부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는 것까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이 단순한 '엄포성'이 아니라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취지의 전언이었다. 조 장관은 "관세 현안이 불거져서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라고도 했다.
결국 본인 역시 올 상반기에 워싱턴 출장이 잦을 것이라는 조 장관의 언급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산업통상부의 김정관 장관이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까지 빈번히 워싱턴을 찾을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된다.
지난해 2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 팩트시트가 나올 때까지 이어진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올해 재개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문제 삼은 건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의 입법이 곧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위협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게 자랑할 만한 국정 성과를 내놓으라고 한국에 독촉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한국 국회는 여야가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안 입법 후에는 양국 간 관세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까.
동맹까지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관세 칼날'을 휘두르며 자국 이익만을 극대화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보면 또 어떤 사안을 빌미로 삼을지 모른다.
조 장관이 이번 방미 기간 만난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양국 간 통상 합의 이행에 더해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워싱턴DC에 파견된 한국 외교 당국자들은 작년 내내 숨 가쁘게 진행된 한미 관세 협상이 올 초부터 재개된 데다 이번에도 해결할 사안이 첩첩산중으로 많아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푸념 섞인 말을 내놓고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네요. 올해도 작년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