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량 작물인 감자는 약 900만 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야생 토마토 식물과 감자 유사 식물 사이에서 자연 교잡(hybridization)이 일어나면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농업과학원(CAAS) 싼원 황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일 과학저널 셀(Cell)에서 재배 감자 450종과 야생 감자 56종의 유전체를 분석, 900만년 전 남미에서 덩이줄기(tuber) 없는 감자 유사 식물 에투베로숨(Etuberosum)과 토마토 사이에 자연 교잡이 발생, 감자 식물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마침내 감자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서로 다른 간의 교잡이 어떻게 새로운 형질의 진화를 촉발하고, 더 많은 종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감자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중 하나지만 그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 감자 식물 겉모습은 칠레에서 발견되는 에투베로숨이라는 감자 유사 종들과 거의 같지만, 에투베로숨 종들은 땅속 덩이줄기가 없고 계통 발생학적으로는 감자보다 토마토와 더 가깝다.
연구팀은 현대 감자와 에투베로숨, 토마토 사이의 진화 비밀을 풀기 위해 재배 감자 450종과 야생 감자 56종의 유전체를 분석, 비교했다.
그 결과 재배 감자와 야생 감자 모두 유전체 내에 에투베로숨과 토마토 양쪽에서 유래한 유전물질이 안정적으로 섞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감자가 두 종 사이에 고대에 일어난 교잡으로부터 기원했음을 시사한다.
분자시계(molecular clock) 모델을 사용해 각 식물체의 진화적 시점을 추정한 결과 에투베로숨과 토마토는 서로 다른 종이지만, 약 1천400만년 전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 감자 450종과 야생 감자 56종의 유전체 분석 결과, 900만년 전 남미에서 덩이줄기(tuber) 없는 감자 유사 식물 에투베로숨(Etuberosum)과 토마토 간 자연 교잡이 발생, 덩이줄기가 있는 감자가 탄생했으며, 이후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ell, Zhang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에투베로숨과 토마토는 분리돼 진화한 후에도 약 500만년 간 여전히 교배가 가능했으며, 이런 교배 과정에서 약 900만년 전 땅속 덩이줄기를 가진 감자 식물이 처음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감자의 주요 형질인 덩이줄기 형성 유전자의 기원도 밝혀냈다.
덩이줄기를 언제 만들지 결정하는 SP6A 유전자는 토마토 계통에서 왔고, 덩이줄기를 형성하는 지하 줄기 성장을 조절하는 IT1 유전자는 에투베로숨 계통에서 물려받았다. 두 유전자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 잡종은 감자가 생기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런 진화적 혁신은 안데스산맥이 급격히 융기한 시기와 맞물려 일어났다며 덩이줄기에 영양분을 저장할 수 있었던 초기 감자는 이런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산악지역의 가혹한 날씨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감자는 씨앗이나 수분 없이도 덩이줄기에서 눈만 자라나면 새 식물체가 돼 번식할 수 있어 온화한 초원부터 추운 고산 초원에 이르는 중남미의 다양한 생태환경에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덩이줄기를 진화시킨 것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 감자에 엄청난 이점이 됐을 것"이라며 "그 결과 감자에서 새로운 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의존하는 풍부한 다양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