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과 소득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던 연금개혁이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여야는 23일 연금개혁 중 모수개혁의 쟁점인 소득대체율을 놓고 '진실공방'을 주고받으며 한바탕 설전만 벌였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데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국민의힘이 43%, 더불어민주당이 45%를 고수하면서 지난 7일 '합의 불발'을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되도록 정부·여당이 결단해달라고 촉구하면서 민주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5%는 윤석열 정부의 안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는 원래 윤석열 정부에서 제출했던 안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좋다, 받겠다'고 했는데도 논의가 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 합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연금특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측이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도 정부가 매우 진지하게 고려한 대안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부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간사 유경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것이지 윤석열 정부 안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의 연금개혁 사기"라고 비판했다.
연금특위 위원인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의 주장을 민주당 대표가 수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오는 28일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 7일 합의 불발 선언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가며 협상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을 양측의 평균값인 44%로 절충하는 방안도 지난 10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45% 이하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 비율이다.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의힘은 낮은 소득대체율을,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민주당은 높은 소득대체율을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임기 만료(이달 29일)까지 엿새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22대 국회에서 차분하게 다시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소속인 연금특위 주호영 위원장도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당장이라도 전체회의를 열어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오전 특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 이 대표가 연금 개혁을 주제로 한 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여야가 밀도 있게 대화해서 합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연금개혁 문제를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