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김남균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첫 민자사업으로 꼽히는 ‘제물포터널’이 지역갈등을 부르고 있다.
제물포터널 사업은 상습 정체 구간인 제물포로의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경인고속도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양천구 신월IC에서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이르는 7.53㎞ 구간에 왕복 4차로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서울시와 대림산업이 공사를 주도하고 있다.
강서·양천 지역 주민들은 해당 사업으로 교통이 원활해지고 주변 상권이 발전하는 등 지역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며 조속한 공사 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터널 출입구가 위치할 여의도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 연약한 지반 붕괴 및 화재시 대형참사 우려 등 안전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적극 반대해 왔다. 여기에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나서면서 여의도만의 문제가 아닌 영등포구의 현안문제로 대두됐다.
12월 5일 여의도침례교회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제물포터널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도 영등포구 정치인들이 대거 자리했다. 신경민 국회의원과 여의도동 지역구 출신인 박미영·정영출 구의원 외에도 권영식 구의회 사회건설위원장 등 동료 구의원들이 참석해 여의도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주최측인 서울시와 시공사 관계자들은 물론 공사에 찬성하는 강서·양천 지역 주민들도 나와 있었다. 결국 공청회는 양측 간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강서·양천 주민들은 특히 박미영 구의원을 ‘선동꾼’으로 지목하며 극심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반대하는 건 여의도 주민들 뿐”이라며, 영등포구 전역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이런가 하면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서구민 대표로 나선 한 패널은 “우리 강서·양천 주민들은 그동안 비행기 소음과 교통정체 등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참아 왔다. 이제 좀 좋아지려고 하는데, 공사 때문에 설령 여의도·영등포 주민들 피해가 있더라도 좀 참으시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양쪽 주민들은 자신들 쪽 패널의 이야기엔 박수를, 상대쪽 패널의 이야기엔 야유를 보내며 지역갈등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시공사 측은 이날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청소하면서 공사”를 제시하는 등 보고 발표를 가졌으나 여의도 주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제물포터널백지화주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미영 구의원은 시공사의 보고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서울시와 시공사가 주도하는 공청회는 믿을 수 없으므로 자체 환경영향 평가를 영등포구청 등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