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무력 시위를 멈췄던 북한이 20일 올림픽 폐막 이후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를 시사한 북한이 오는 4월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계기로 무력 시위를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전에 미국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도발 수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주장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같은 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우방인 중국의 베이징올림픽이 개막한 이달 들어서는 무력 시위를 자제한 채 철저히 내치 중심으로 돌아선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만 봐도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 참석(12일), 삼지연시 김정일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15일),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 참석(18일) 등 모두 민생 관련이거나 주민 결속을 다지기 위한 대내 행사들이었다.
북한 열병식 준비 동향이 포착되면서 김정일 생일 80주년(2월 16일) 계기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북한은 주민 참여형 행사들만 비교적 조용히 치른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비록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베이징올림픽에는 불참했지만, 우방국의 잔치 분위기를 망치지 않도록 측면 지원에 나선 것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무력 시위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올림픽 폐막 후의 한반도 정세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조속히 대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유관국과의 협의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미 군 당국도 올림픽 폐막 이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태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음 달 4∼13일 베이징 패럴림픽이 예정돼 있고 무엇보다 내달 초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잡혀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당장 도발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이에 따라 태양절을 비롯해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 10년(1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0년(13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25일) 등이 몰린 4월에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무력 시위에 나선다면 3월 중순부터 4월 태양절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군 정찰위성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 전략무기를 과시하고 태양절을 빛내는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 시위가 결국에는 향후 대미협상용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하기보다는 어느 시점에서는 '모라토리엄 유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대미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ICBM까지 쏜다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모라토리엄 유지를 내걸고 협상을 걸어온다면 미국으로서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