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3·9 대선을 열흘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막판 레이스를 질주 중이지만, 배우자들의 활동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남편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과잉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대외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허위이력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의 꼬리표를 단 채로 아직 공식 등판을 하지 못한 상태다.
양측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주거니 받거니 네거티브 공방만 증폭하는 형국이다. 과거 대선에서 선거지원 활동을 통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던 후보 배우자들이 이번에는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오명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혜경 씨는 과잉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 9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고개를 숙인 뒤 자숙 중이다.
대선전 초반부터 이 후보의 유세나 야구장 관람 등의 일정에 동행하는가 하면 독자적으로 전국을 순회했던 김씨는 최근 일체의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24일 이 후보가 장인의 고향인 충주 산척면을 찾았을 때도 김씨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 경부선 상행선 일정으로 부산에서 유세를 시작한 이 후보를 따라 부산에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중도층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민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에 도움이 되면 공개 석상에 나올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남은 선거운동 기간 김씨가 비공개 활동을 할 가능성은 있다. 김씨가 비공개 활동을 원한다면 일정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배우자 문제로 곤혹스럽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김건희 씨의 등판 여부는 대선전 내내 당 안팎으로 화두였다. 김씨의 허위이력 논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등판 시점도 무기한 미뤄졌다.
결국 윤 후보 지지율까지 흔들리자 김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허위이력 논란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씨가 이번 대선에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후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와 사적으로 대화한 내용이 몰래 녹취됐다는 '7시간 녹취록' 파문이 또다시 일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술 논란까지 더해졌다.
김씨가 최근 일부 종교계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난 뒤 사후에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이런 세간의 시선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4일 극동방송을 방문해 김장환 목사와 면담한 일이나,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원명 스님과 비공개 차담을 한 일이 대표적이다.
현재로서는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김씨의 대선 전 공개 등판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