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경찰이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21일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화재 발생 전 이상 징후 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SK 판교 데이터센터 서버실과 업무동 등에 수사관 1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압수수색은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그리고 서버 등에 대한 것이어서 대상자의 휴대전화나 수사에 필요한 서류가 든 하드디스크를 등을 확보하는 통상의 압수수색과는 조금 달랐다.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을 요구하다 보니 분당경찰서는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소속 전문요원들을 이번 압수수색에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부 CCTV 영상에 잡힌 화재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6분가량의 CCTV 영상에는 화재 직전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시작되고, 자동소화설비가 정상 작동해 할로겐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은 불꽃이 일기 전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BMS 기록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내 수많은 배터리에 각각 장착된 BMS는 전압과 전류 등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알리는 장치이다. 이를 통해 화재 등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SK C&C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BMS 그래프는 화재 시점인 15일 오후 3시 19분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였다고 한다. 이상 발생 시 관제실 등에 경고음이 울리지만, 이런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K C&C 관계자는 "(그래프에는) 배터리 상태를 알려주는 전류와 전압 모두 변화 없이 가로로 일직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그래프에 급격한 변동이 있어야 위험 경고가 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BMS 및 센터 서버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확보해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배터리 자체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다면 사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테고, 이에 따른 기록이 분명히 남아 있으리란 추측에서다.
경찰은 또 배터리 점검 내역, 안전 관리에 관한 자료도 압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전담팀 팀장을 지방경찰청 과장급으로 격상하기로 하고, 김진태 경기남부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결정했다.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해 '국가 기반 통신망'이나 다름없다고 불리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장시간 장애를 일으키는 등 국민 생활에 불편이 초래된 데 따라 신속히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책임 있는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