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영업활동과 무관한 외국기업의 연락사무소가 사실상 사업장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과세 회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세당국은 세원 관리를 위해 연락사무소 현황 명세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제출률은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이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 현황명세서를 제출한 외국법인은 496곳으로 전체(1천97곳)의 45.2% 수준이었다.
2022년 귀속분(40.7%)에 이어 2년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외국법인 연락사무소는 업무 연락·시장 조사 등만을 하는 사무소다. 영업활동을 하는 사업장과 무관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연락사무소를 사실상 사업장으로 활용하고 관련 수입을 숨기는 사례가 늘면서 과세 사각지대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2월부터 외국기업의 연락사무소 현황명세서 제출을 의무화한 배경이다.
실제로 아일랜드에 본점을 둔 한 다국적 기업은 고객사 관리, 가격 협상 등 실질적인 사업을 하고 수백억원의 수입 금액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미국의 한 연락사무소는 본사와 같은 마케팅 업무 등을 하다가 국내 사업장으로 판정받아 부가가치세 수억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상주 인원, 국내 거래처 등이 담긴 현황명세서를 통해 잠재적인 세원 누락을 막고 있지만 외국 기업이 현황명세서를 내지 않아도 제재 수단은 없다.
현황명세서 제출률을 높이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태호 의원은 "외국법인의 연락사무소는 법인세 신고와 정기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조세 회피의 여지가 있다"며 "현황명세서 제출 의무를 어긴 경우 과태료를 신설해 외국법인에 대한 정보 수집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