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흐느끼는 유족의 손을 꼭 잡았다.
참사의 그날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던 15일 충북도청 앞.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잘 부탁한다"며 울먹이는 유족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그러던 정 의원이 한마디를 건넸다.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이날 충북도청 앞에선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참사 유가족·생존자 간담회에서 유가족과 한 추모제 방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검은색 넥타이에 근조 리본을 가슴에 매단 정 의원은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엄숙한 표정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추모제 중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정 의원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우의를 입지도, 우산을 쓰지도 않았다. 유가족 단체 대표의 추모 발언 도중에는 눈을 감고 팔을 괴며 상념에 잠긴 듯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도 유가족들은 '오송참사 2주기 철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구호를 처절하게 외쳤다.
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즉시 오송 참사 국정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윤석열 정권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의지를 다졌다.
정 의원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내란 종식'이란 국민적 과업을 조속히 완수해야 한다는 점을 틈만 나면 강조한다. 불법 계엄 단죄가 끝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비로소 내란이 끝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개혁도 내란 종식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정 의원은 기자에게 "추석 고향 가는 길 라디오 뉴스에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으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의 처리를 최대한 빠르게 전광석화처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란 종식에 더해 '당원 주권 정당'도 그가 강조하는 지점이다.
정 의원은 "당원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하는 평등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의원 제도는 유지하되, 대의원 투표제는 폐지해 전당대회 1인 1표제를 실현하고 원내대표·국회의장 경선 시 권리당원 참여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바로 "당의 주요한 정책은 전(全)당원 투표로 결정하고, 당원주권국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 의원의 계획이다.
8·2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심 비중이 55%로 늘어나면서 무게감이 커진 약 150만명의 권리당원의 표심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방송과 토론회 출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내 선거에서 권리당원 반영 비율 증가 등의 방식으로 당원 주권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을 올린 것 또한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강조해 당원 표심을 자극하는 정공법 전략으로 읽힌다.
당 지지층 일각에서 자신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공격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 의원은 "내가 수박농사 해보니 왕수박 만들기도 어렵고 되기도 어렵다. 내가 왜 그 길을 가겠나. 내가 수박이면 수박이 아닌 사람 누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추모제에 이어 청주 도시재생허브센터로 이동해 당원 콘서트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지지자들은 그가 강당에 입장하자 '이재명의 1등 파트너 민주당의 미래 정청래', '충청의 아들! 당 대표는 정청래!'라는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연단에 오른 정 의원은 연설에 앞서 참석자들을 향해 큰절부터 올렸다.
정 의원은 콘서트에서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을 맡은 경험을 언급하며 "내란 세력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며 강력한 리더십의 차기 당 지도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당시 일화를 언급하며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 호소에도 나섰다. 정 의원은 제21대 국회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며 이재명 당시 당 대표 곁에서 활동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2022년) 당시 당 후보로 선출된 이 대통령이 의총장에서 의원들에게 박수받았던 장면을 소환했다.
그는 "이 대통령도, 저도 약간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였는데 모든 의원이 일어나서 국회의원도 아닌 대선후보 이재명에게 박수치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찡해서 눈물이 한 방울 난 장면"이라고 돌아봤다.
정 의원은 행사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일일이 사진촬영을 하고 책에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가족이나 지인이 팬이라며 여러 장의 서명을 받는 지지자도 있었다.
정 의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김창규(71)씨는 다른 참석자에게 "정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날 같이 만나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