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유재섭 대전본부장] "돈을 벌어서 한국에 정착하는 게 꿈이라고 했어요"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생활용품 제조 공장 화재로 숨진 네팔 국적 근로자 A(23)씨의 동갑내기 대학 친구 B(네팔 국적)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B씨는 "A는 착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제 시신의 신원이 A로 확인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너무 슬펐다"고 목소리를 떨었다.
지난해 초 유학비자로 입국한 A씨는 부산의 한 전문대학 반도체학과에 다니던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네팔 돌라카가 고향인 A씨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가족들을 떠나 홀로 한국에 왔다.
평소 한국문화에 애정을 보였고, 대학 졸업 후 반도체 기업에 취직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피붙이 하나 없이 시작한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얻은 빚을 갚아야 하는 데다 학비와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해 학업 도중에도 밤낮없이 아르바이트했다.
B씨는 "부산에서 함께 있었지만, A가 너무 바빠 시간을 자주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A씨는 지난해 12월 방학을 맞아 B씨와 함께 고향 친구가 지내고 있던 음성을 찾았지만, 이곳에서도 일을 놓지 못했다.
그렇게 A씨는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 단기 직원으로 채용돼 한 달가량 일하다가 화마에 휩싸여 생을 마감했다.
불에 탄 A씨의 시신은 화재 이튿날 수습됐고, 11일이 흐른 전날 신원이 확인됐다.
B씨는 "A가 실종됐을 당시 저를 비롯한 친구들 모두 충격에 빠졌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너무 힘들다. 네팔에 거주하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못 했다"고 고통스러워했다.
A씨 가족은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음성군은 주한 네팔 대사관에 A씨 가족의 입국 절차 지원을 요청했고, 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A씨와 근무하다 실종된 60대 카자흐스탄 국적 C씨의 가족들도 큰 슬픔에 잠겼다.
약 5년 전 아내, 고등학생 둘째 딸과 입국해 음성에 정착한 C씨는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첫째 딸도 사고 발생 약 일주일 전 고향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와 살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C씨도 불이 난 공장에서 약 1년 전부터 근무하며 폐기물 처리 업무를 하던 외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C씨는 13일에 걸친 수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고 있고, 가족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고향의 C씨 모친(90대)은 아들의 실종 소식을 모르고 있다. 충격으로 쓰러질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카자흐스탄 커뮤니티 관계자는 "C씨 아내는 현재 다니던 공장을 휴직한 뒤 두 딸과 함께 남편이 발견되기 만을 바라고 있다"며 "수색 작업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면서 현재는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