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사기범 재심 신청을 돕기 위해 범죄 피해자들의 집단 위증 자수 계획을 꾸민 법무사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피해를 보고도 되레 "위증했다"며 무더기 자수했던 8명도 모두 징역형을 받았는데, 집단 자수 주범인 사기범은 현재 잠적해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범인도피·위계 공무집행방해·무고죄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법무사 김모(65)씨 상고를 지난달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한 사실도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9년 2월께 정보기술(IT) 업체 전 대표 오모(44)씨의 사기죄 재심을 신청하려는 오씨 모친 정모(68)씨와 함께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예전에 법정에서 오씨를 사기 주범으로 몰았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진술하면 그에 따른 벌금을 대신 내준다"는 등 금전적 보상을 미끼로 위증 자수를 꾸몄다.
실제 사기 피해자 8명은 오씨를 고소할 때와는 달리 오씨 아닌 다른 사람을 사기범으로 모는 취지의 자수서를 차례로 검찰에 제출해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고, 이를 통해 오씨 재심 결정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법무사 김씨는 2017년 사기 피해자들이 오씨를 고소할 때는 피해자들 편에서 고소장과 진정서 작성 등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기범인 오씨 측에 유리하게 사건 처리를 했다는 뜻이다.
1심 법원은 "(사기범) 오씨 측이 큰 윤곽을 세운 이 사건 범행 뒤에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법무사 김씨가 있다"며 징역 4년형을 내렸고, 2심 법원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국내 사법 역사상 초유의 집단 위증 자수 당사자 8명도 고루 징역형을 받았다. 이중 범행을 사실상 주도한 1명은 법무사 김씨와 함께 대법원에까지 상고했으나, 원심 형량(징역 3년 6월)을 그대로 확정받았다.
김씨 등과 함께 위증 자수 계략을 짠 오씨는 검찰 수사 도중 돌연 잠적해 1년 넘게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한창 재심을 진행하던 대전고법 재판부에 돌연 재심 신청 취하서를 내기도 했다.
오씨 모친 정씨는 위계 공무집행방해·무고·위조 사문서 행사·범인은닉 교사·범인도피 교사·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교사 혐의로 다른 공범 1명과 함께 기소됐다.
이 사건과 별개로 정씨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 피고인으로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10월 25일 공소장이 접수된 이 사건은 2년 5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