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뇌물' 의혹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뇌물 수수 창구로 지목된 아들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1심에서 대부분 무죄가 선고된 곽 전 의원의 재판 결과를 항소심에서 뒤집고, 향후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1심서 깨진 '경제적 공동체'…"뇌물 공범 보기 어려워"
법원은 올해 2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만으로는 곽병채(아들)가 곽상도의 뇌물수수 범행의 공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범죄다. 뇌물을 받은 사람의 신분이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으로 의제(간주)되는 경우에만 수뢰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심 재판은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된 성과급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이 국회의원 신분이던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성과급의 실제 수령자를 곽 전 의원으로 본다면 그와 병채씨는 '뇌물 수수 공범'이 되지만, 곽 전 의원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평가하면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 구조였다.
1심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곽병채에게 지급하기로 한 50억원의 성과급 금액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고,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면서도 "단지 의심만으로는 곽병채가 받은 돈과 이익을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성인인 병채씨가 결혼해 곽 전 의원과 독립적 생계를 유지해왔으며, 그가 화천대유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받았다고 해서 그만큼 곽 전 의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 근거였다.
◇ 아들 '뇌물 공범' 적시…범죄 수익 은닉 혐의도 적용
검찰은 1심 판단에 항소한 뒤 반부패수사3부를 중심으로 물밑 보강 수사를 벌여왔다.
25억원의 직접 수혜자인 병채씨를 뇌물 혐의 공범으로 못 박고, 25억원은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아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2심 재판에 앞서 곽 전 의원 부자가 '공범'이자 '경제 공동체'라는 기존 주장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병채씨는 대장동 의혹 초반 이미 뇌물 혐의 공범으로 고발돼 피의자 조사도 받았으나 1차 수사 당시엔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뇌물죄의 또 다른 구성 요건인 '대가성' 입증을 위해 이날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관계자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그간의 보강 수사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 산업은행 컨소시엄, 메리츠 증권 컨소시엄 등 3곳이 응모했다.
산업은행과 컨소시엄을 준비하던 호반건설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한 하나은행을 영입하려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와해 위기에 놓이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와해를 막아줬다는 게 검찰이 보는 뇌물 지급 이유다.
검찰은 이러한 주장을 탄탄히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은행 컨소시엄 구성 과정부터 들여다보기로 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하나은행이 필요했던 이유, 호반건설이 하나은행 측에 어떤 식으로 압박을 가했는지 등을 차근차근 따져 곽 전 의원의 등장 배경, 역할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 곽상도 측 "입건 사실·내용 몰라…아들 '증언 연습'도 사실 아냐"
곽 전 의원은 1심에서 '경제 공동체'와 '대가성' 모두를 부인했다.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자신과 무관하며, 하나은행에 청탁해 컨소시엄 와해를 막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 측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및 수사 확대와 관련해서도 입장문을 내고 "곽 전 의원과 아들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며 "어떤 내용의 혐의인지도 전혀 알지 못하고, 압수수색도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김만배에 대한 보석 심문에서 검찰이 김만배가 곽병채에게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취지로 주장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은 언제 어디서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것인지 그 내용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김씨의 보석 심문에서 "김만배는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를 통해 병채씨의 증언 연습을 시켰다"며 "그가 '제2의 정영학'이 돼서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고 퇴직금 25억원을 선이자를 공제하고 지급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