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국내 기업의 경기 전망이 3년 5개월 연속 부정적인 가운데 미국이 다음 달부터 한국에 부과를 예고한 25% 상호관세에 대한 우려로 전망이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2.6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B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과 비교한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그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지난 6월 94.7, 7월 94.6로 집계되는 등 최근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2022년 4월(99.1)부터 41개월째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 중이다.
8월에는 제조업(87.1)과 비제조업(98.3) 모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BSI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5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7월에는 86.1이었다가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가 2달 연속 8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비제조업 BSI도 7월에는 103.4까지 올랐으나 다시 낮아지며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제조업 세부 업종별로는 의약품(125.0)과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및 통신장비(111.1)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기준선 100에 걸친 식음료 및 담배를 제외한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50.0), 석유정제 및 화학(74.1) 등 나머지 7개 업종은 부진이 예상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올해 들어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상황에서 8월 1일부터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것을 우려해 수출 제조기업들의 경기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한경협은 해석했다.
한경협은 호조 전망을 보인 의약품, 반도체 업종도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했기에 기업들이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경기 전망이 일시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중에서는 계절적 수요가 기대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123.1), 추경 및 민생 회복 지원금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의 영향을 받는 도소매(110.6)가 호조 전망을 나타냈다.
기준선에 100에 걸친 전기·가스·수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종은 부진이 전망됐다.
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91.7), 채산성(91.7), 자금 사정(92.0), 수출(92.3), 투자(92.3), 고용(92.3), 재고 104.0·재고는 100을 넘으면 과잉으로 부정적)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이었다.
7월 BSI 실적치는 90.0으로 조사됐다. 2022년 2월(91.5)부터 3년 6개월 연속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극심한 수요 부진이 우리 경제와 기업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 내수 급랭을 방지하고 통상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