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변윤수 기자] 일반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 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을 이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4월 3.6%에서 5월 4.2%로 0.6%포인트(p) 뛰었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의 5.0%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 은행은 금융지주 아래서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카드사를 분사한 만큼, 시중은행으로 바뀐 iM뱅크를 빼면 광주·경남·부산·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이 대부분이다.
카드 대출은 단기 대출인 현금 서비스와 장기 대출인 카드론 등을 포함한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은행 카드 대출 연체율은 2023년 12월 2.8%에서 2024년 1월 3.0%로 올라선 뒤 계속 3%대에 머물러왔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달아 3.4%를 기록한 뒤 12월 3.1%로 주춤했으나 올해 1월 3.5%, 2월 3.8% 등으로 급등 조짐을 보였다.
이어 3월 3.5%, 4월 3.6% 등으로 횡보하다가 5월 4.2%로 단숨에 치솟았다. 4%를 넘은 것 자체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
1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자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5월 말 95조7천67억원으로, 2021년 10월(95조5천783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경기 둔화로 카드 연체율이 유독 급등했다"며 "취약 차주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