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일 대선의 본진 역할을 할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재명 정부'를 수차례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케이스포(KSPO)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를 7번 언급했다.
같은 5천자 분량으로 작성됐던 지난달 1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에서 '이재명 정부'는 한 차례 등장에 그쳤다.
특히 부동산 대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해 허탈감과 좌절을 안겨드렸고, 공직개혁 부진으로 정책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걸고 확실하게 청산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는 또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정부와 민주당이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저의 몫"이라고 반성문도 썼다.
이 후보의 이날 연설을 두고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잡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동산 위기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로 삼겠다고 역설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아울러 '원팀 선대위' 출범으로 경선 후유증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의 공식 출범으로 비로소 '이재명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라며 "당의 모든 전력은 이제 이 후보에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하겠다"며 대선출마 선언 이후 줄곧 언급해 온 '청출어람론'도 곁들였다.
전임 민주정부와의 무조건적 차별화가 아닌 '발전적 계승'을 강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이 후보가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차담 뒤 선물로 받은 넥타이를 착용한 차림으로 연설한 것도 발전적 승계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성장의 회복'을 내걸면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선에서의 외연 확대 차원에서 중원 공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했다.